재일교포, 서울대에 65억 재산 기부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1면

재일동포 사업가 양천식(梁天植.79)씨가 29일 가족을 통해 자신의 명동 로얄호텔 지분(시가 65억여원)을 서울대에 기부했다. 梁씨는 이를 서울대 체육교육과의 장학.학술진흥기금으로 써달라고 당부했다.

울산이 고향인 梁씨는 열다섯살 때 가난의 굴레를 벗기위해 혼자 일본으로 건너갔다. 그는 온갖 허드렛일을 하면서 모은 돈을 밑천으로 1960년대에 부동산 거래를 시작해 큰 재산을 모았다.

그는 67년 동업자 두 명과 함께 명동에 로얄호텔을 세웠으며, 88년엔 미국 LA에 대형 쇼핑센터를 건립했다.

그의 가족들은 이날 서울대에서 열린 기증식에서 "배우고 싶어도 가난해 배울 수 없었던 젊은 시절이 안타까워 조국의 인재들이 가난 때문에 학업을 포기하지 않도록 돕고 싶다"는 梁씨의 뜻을 전했다.

가족들은 "특히 이 기금이 한.일 월드컵을 앞두고 한국의 체육 발전에 보탬이 되기를 바란다"며 체육교육과에 지정기탁한 이유를 설명했다.

노환으로 거동이 불편해 일본 고베(神戶)의 한 병원에서 치료받고 있는 梁씨를 대신해 부인 장영증(張永曾.75)씨와 장남 창홍(昌弘.55)씨 부부가 기증식에 참석했다.

체육교육과 학과장 전태원 교수는 "올해부터 학과의 명칭을 스포츠학과로 바꿀 계획이고 각종 실험기자재 등이 필요한 상황이었다"며 "낙후한 체육교육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무영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