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레스타인 여대생 자폭테러 '충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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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예루살렘에서 27일 발생한 자살 폭탄 테러범이 여성인 것으로 알려지면서 이스라엘은 물론 전세계가 큰 충격을 받고 있다.

팔레스타인 여성이 자살폭탄 테러를 감행한 것은 1985년 이후 처음으로, 이슬람권 내부에서도 이를 둘러싼 논란이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이슬람 원리주의 율법은 이교도를 겨냥한 남성의 자폭테러를 순교로 인정하는 것과 달리 여성의 자살은 어떤 이유를 막론하고 엄격히 금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레바논의 헤즈볼라가 운영하는 알 마나르 TV는 자폭 테러 직후 자살테러범이 요르단강 서안 나블루스 소재 알 나자흐대학 재학생인 쉬나즈 아무리(20)라고 보도했다. 테러가 발생한 예루살렘 번화가 자파거리의 신발가게 종업원도 "팔레스타인 여성이 가게에 들어와 수상하게 두리번거려 말을 걸었더니 서둘러 가게를 나갔다"고 증언했다. 그 직후 폭발음이 들렸다는 것이다.

이스라엘에서 지금까지 자폭테러를 감행한 과격단체는 하마스와 이슬람 지하드 등 두개다. 이들 단체는 이슬람사원과 학교.종교기관 등에서 이슬람원리에 충실한 열성 남성교도만을 자폭테러범 후보로 선발해왔다.

하마스 등이 율법을 중시하는 원리주의 단체라는 사실에 비추어 계율에 어긋나는 여성 자폭테러는 의외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이스라엘 정보관리는 "여성 자폭 테러범이 종교와 무관한 제3의 단체 소속일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하지만 알 나자흐대학이 자폭테러범을 6명이나 배출한 하마스의 본거지라는 점에서 이스라엘 경찰은 이번 자폭테러 역시 하마스의 소행일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대학측은 테러범이 이 학교 학생이라는 보도를 부인했다.

이스라엘 일간지 하레츠는 하마스 소식통을 인용해 최근 몇달 새 여성 자폭테러 지원자가 몇 명 있었다고 보도했다. 기데온 에즈라 이스라엘 안보부 부장관은 로이터 통신과의 회견에서 "그동안 여성 자폭테러에 대한 첩보가 있었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이스라엘 정보기관은 이번 사건을 계기로 테러 용의자 명단을 완전히 새로 만들어야 할지도 모른다. 10대 후반에서 20대의 남성들만이 아니라 여성까지 용의선상에 올려야 하기 때문이다.

안혜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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