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분수대

여론조사 오류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39면

선거 여론조사는 시작부터 ‘오류’였다. 1824년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존 퀸시 애덤스와 앤드루 잭슨이 붙었다. 당시 해리스버그 펜실베이니언 신문은 기자를 동원해 여론을 수집했다. 결과는 잭슨의 당선. 하지만 실제로는 애덤스가 선출됐다. 표본집단이 너무 적었다.

1936년 선거에서 리터러리 다이제스트는 1000만 장의 인기투표 용지를 발송하고 230만 장을 회수했다. 집계 결과 공화당의 앨프리드 랜던이 민주당의 프랭클린 루스벨트를 압도적으로 눌렀다. 하지만 뚜껑을 열자 거꾸로 루스벨트가 61%의 득표율로 재선에 성공한다. 표본집단의 양이 아니라 편향성이 문제였다. 전화가입자와 자동차 소유주의 주소록을 활용했는데, 이는 공화당 지지 성향의 중산층이었다.

이 틈에 조지 갤럽이 두각을 나타낸다. 그는 샘플링 기법을 적용, 표본의 양보다 질로 승부해 루스벨트의 당선을 예측한다. 갤럽도 1948년 대선에서는 트루먼의 당선을 맞히지 못했다. 부동표를 감안하지 못했던 것이다.

이렇게 조사기법이 발달해 왔지만, 그럼에도 틀린다. 그때마다 조사기관은 그럴싸한 이유를 찾는다. 대표적인 것이 독일의 사회과학자 엘리자베트 노엘레-노이만의 ‘침묵의 나선’ 이론. 자기의 의견이 우세하다고 여기면 목소리가 커지고, 열세라고 인식하면 침묵한다는 것이다. 요즘 말로 ‘숨은 표’다.

‘브래들리 효과’도 있다. 1982년 미국 캘리포니아 주지사 선거에서 민주당의 흑인 후보 톰 브래들리가 공화당의 백인 후보를 이기는 것으로 여론조사 결과가 나왔다. 하지만 실제는 달랐다. 유권자들이 인종 편견을 감추기 위해 거짓 응답한 것이다. 2008년 대선에서는 버락 오바마에 대한 백인들의 역(逆) 브래들리 효과에 관심이 모아지기도 했다.

그러면 유권자 전수(全數)조사를 한다면 완벽한 예측이 가능할까. 글쎄다. 조변석개(朝變夕改)하는 내 마음 나도 모른다. 미국 심리학자 로버트 펠드먼이 실험한 결과 모르는 상대에게 일반적으로 10분에 세 차례 크고 작은 거짓말을 하더란다.

이번 6·2 지방선거에서도 여론조사가 도마에 올랐다. 하지만 “예상 밖…”은 정치권의 안이함을, ‘숨은 표’와 ‘모바일 효과’는 조사기관의 무능함을 드러내는 것 아닐까. 민심을 깊이 살피기보다 유력 후보에 쏠리는 ‘밴드왜건’이나 동정표를 구하는 ‘언더독’ 효과만 노린 것은 아닌가. 민심의 뿌리는 깊다. 온갖 ‘바람’에도 흔들리지 않는 ‘풀뿌리’다.

박종권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