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스터 엔론사 전 부회장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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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존 클리퍼드 백스터 전 부회장이 25일 오전 2시20분(현지시간)쯤 텍사스주 슈거랜드의 자택 인근에 세워진 자신의 벤츠 승용차 안에서 머리에 총을 맞아 숨진 채 발견됐다.

슈거랜드 경찰은 "순찰을 돌던 경찰관이 차 안에서 백스터의 시신과 38구경 권총을 발견했다"며 "그가 살해됐다는 분명한 징후는 없다"고 말했다. 휴스턴 크로니클지는 수사 관계자의 말을 인용, 차 안에서 엔론사 파산과 관련한 유서가 발견됐다고 보도했다.

백스터 전 부회장은 엔론사의 파산 경위에 대한 미 의회.증권거래위원회 등의 조사 과정에서 핵심적인 증언을 할 인물로 꼽혀 왔다.

그런 만큼 그의 갑작스러운 죽음이 몰고 올 의혹과 파장이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뉴욕대에서 금융학을 전공한 그는 공군 장교로 복무한 뒤 투자은행가로 일하다 1991년 엔론에 입사했다. 이후 대형 프로젝트와 기획 업무를 전담하는 등 요직을 두루 거치며 초고속 승진했다.

백스터는 그동안 회사의 부실회계 관행에 수차례 이의를 제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원 조사관들이 최근 발견한 엔론사의 한 내부 문건에 따르면 백스터는 지난해 여름 제프리 스킬링 전 대표이사 등에게 엔론이 LJM 등 역외 투자회사들을 이용해 분식회계를 하는 것에 대해 강력히 불만을 표출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백스터는 엔론이 법정관리를 신청하기 7개월 전인 지난해 5월 사직했다.

한편 엔론사 주주들은 지난해 12월 백스터와 28명의 전.현직 간부들이 내부정보를 이용한 주식 매각으로 부당한 이익을 올렸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김준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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