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최대조직 중도포럼 내각제 개헌 공론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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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민주당 최대 계파인 중도개혁포럼 소속 일부 의원들이 23일 이원집정부제를 포함한 내각제 개헌의 공론화 의사를 밝혀 정치권에 파장이 일고 있다.

포럼 회장인 정균환(鄭均桓)의원과 김명섭(金明燮).박병석(朴炳錫).김민석(金民錫)의원 등 19명이 모인 자리에서다. 송석찬(宋錫贊)의원 등 일부 의원은 "장기적으로 내각제를 검토해볼 수 있는 것 아니냐"고 발제했고, 몇명이 비슷한 취지의 발언을 했다.

파장은 포럼 대변인격인 박병석 의원이 "회원들이 이원집정부제를 포함한 내각제에 큰 관심을 보였다"고 말하면서 시작됐다. 다만 朴의원은 "대선이 있는 올해 당장 개헌을 추진하자는 게 아니라 중장기적으로 검토해볼 수 있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소속 회원이 60명이나 되고 한광옥(韓光玉)대표와 친 이인제(李仁濟)성향 의원들이 적지 않은 이 포럼에서 내각제 발언이 나왔다는 점 때문에 정치권은 바짝 긴장했다.

대선을 앞두고 내각제를 고리로 한 정계개편이 추진되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 때문이다.

민주당에선 "자민련 김종필(金鍾泌.JP)총재와 연대를 하기 위한 자락깔기"라는 분석이 나왔다. 자민련 金총재가 여러 차례 "내각제를 선호하는 어떤 정치세력과도 손잡을 수 있다"고 공언했기 때문이다. 이인제 고문도 자민련과의 합당은 바람직하다는 입장이다.

자민련은 즉각 환영논평을 냈다. 정진석(鄭鎭碩)대변인은 "우리 당의 내각제 공론화에 인식을 같이하려는 노력으로 평가하며 앞으로 논의과정을 지켜보겠다"고 했다.

JP의 핵심 측근은 "여권이 정권 재창출을 위해선 누가 후보가 되더라도 JP와 손을 잡을 수밖에 없다는 현실적 판단을 한 것"이라고까지 분석했다. 반면 한나라당 장광근(張光根)수석 부대변인은 "한겨울에 해수욕 얘기하는 격"이라며 냉소적 반응을 보였다.

파문이 확산되자 정균환 회장은 "일부 의원의 개인적 견해로 전체 의견은 아니다"고 해명서를 내고 진화에 나섰다. 김민석 의원도 "해프닝에 불과하다"고 일축했다.

그러나 민주당 대선후보가 결정되면 내각제 또는 이원집정부제 개헌을 고리로 '자민련+민주당+α'의 정계개편이 추진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강민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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