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듀! 이브 생 로랑… 40년 패션인생 고별무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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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내 인생은 여성들과의 사랑의 역사다. 비록 패션 디자인은 아니지만 내 숨이 끊어지는 그날까지 여인들과의 사랑은 계속될 것이다."

프랑스가 낳은 세계적 패션디자이너인 이브 생 로랑(65.사진)이 22일 저녁 파리 퐁피두 센터에서 자신의 패션 인생 40년을 마감하는 고별 패션쇼를 열었다.

지난 7일 전격적으로 은퇴를 선언한 생 로랑의 마지막 패션쇼를 보기 위해 퐁피두 센터에는 배우 카트린 드뇌브와 디자이너 크리스티앙 라크루아 등 2천여명의 하객이 모였다. 퐁피두 센터는 초청장을 받지 못한 파리 시민을 위해 이례적으로 건물 앞 광장에 대형 스크린을 설치해 패션쇼를 생중계했다.

이날 무대에 등장한 의상은 2002년 여름 컬렉션을 포함해 모두 3백여점. 패션계의 고전으로 통하는 사파리 재킷과 여성 턱시도,그리고 반 고흐와 피카소 등의 그림을 응용한 의상도 함께 선보였다.

생 로랑은 이날 르몽드와의 회견에서 은퇴 이유를 "고독함과 신체적 불안을 견딜 수 없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자신이 추구하는 우아함과 아름다움이 오늘날의 무질서와 퇴폐적 조류와는 끝끝내 공존할 수 없었다는 다분히 예술가다운 설명이다.

생 로랑은 코코 샤넬 이후 세계 여성 패션계에 큰 족적을 남긴 인물로, 여성에게 과감히 바지를 입힌 장본인. 패션계는 "샤넬이 여성을 해방시켰다면,생 로랑은 패션을 해방시켰다"고 평가한다. 현대미술의 전시공간인 퐁피두 센터가 생 로랑의 고별행사를 받아들인 것 역시 그의 디자인을 20세기 예술의 걸작으로 인정했기 때문이다.

"평생 패션디자인을 통해 여성들을 해방시키려 했다"는 생 로랑은 앞으로 글쓰기에 전념할 계획이다. 10년 전부터 산문 형태의 시를 써온 그는 "디자인이 아닌 다른 형태로 나 자신을 표현할 생각"이라고 밝혀 패션계 거장의 은퇴를 안타까워 하는 많은 팬들의 마음을 달랬다.

박소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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