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 보안법 폐지안 변칙 상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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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일 오후 국회 법사위의 최연희(한나라당)위원장석 앞에서 열린우리당 간사인 최재천 의원(中)이 보안법 폐지법안의 상정을 선언한 뒤 국회법 책자로 사회석을 세번 두드렸다. 이 과정에서 최 의원과 이를 저지하려는 한나라당 의원들 사이에 거친 몸싸움이 벌어졌다. 오른쪽은 최 의원을 엄호하는 열린우리당의 선병렬 의원. 조용철 기자

열린우리당 의원들이 6일 오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한나라당 소속 위원장이 넘기지 않은 사회권을 행사해 국가보안법 폐지 법률안 등 3개 법안의 상정을 선언하고 "적법하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한나라당은 "정상적인 절차를 거치지 않은 날치기 상정 시도로 무효"라고 반박해 논란이 벌어졌다. 이 과정에서 심한 소란이 있었으며 여야 대립은 날카로워지고 있다. 민주노동당 노회찬 의원은 여당 의원들과 함께 행동했다.

열린우리당 법사위 간사인 최재천 의원 등 여당 의원들은 이날 오후 최연희 위원장(한나라당)이 회의장에 나와 개회를 선언하지 않은 상황에서 위원장석 점거를 시도했다. 이들은 미리 위원장석과 그 주변을 에워싸고 있던 한나라당 김재원 의원 등과 격렬한 몸싸움을 벌였다.

이 와중에 최재천 의원은 위원장석 탁자를 손바닥으로 두드리며 "국회법 50조 5항에 따라 여당 간사인 제가 위원장을 대신한다"면서 "국가보안법 폐지 법률안 2개안과 형법 개정안(보안법 보완안)을 상정한다"고 선언했다. 이어 그는 "산회를 선포한다"고 했고, 열린우리당 의원들은 퇴장했다.

그 직후 최연희 위원장은 한나라당 의원들만 참석한 가운데 새로 회의를 열어 "7일 전체회의를 열어 보안법 폐지안을 제외한 일반법안 심사를 하겠다"고 밝힌 뒤 산회를 선포했다.

법사위 충돌 사태 후 열린우리당 천정배 원내대표는 "상정은 적법했다"며 "이번 상정은 강행 처리와는 상관없고, 국회에서 정상적 토론을 하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한나라당 김덕룡 원내대표는 "헌정 사상 처음 보는 해괴망측한 일"이라며 "여당이 날치기를 시도하다 미수에 그친 난동 사건"이라고 비난했다.

보안법 폐지안 등이 여당 주장대로 상정됐다 하더라도 앞으로 법사위에서 심의되려면 '계속 상정'절차를 밟아야 한다. 여야 간 의사일정 협의를 거쳐 다음 회의에서 법사위원장이 "계속 상정한다"고 선언해야 하는 만큼 양당이 또다시 신경전을 펼칠 것으로 보인다.

이런 가운데 김원기 국회의장은 기자회견을 열고 "여야가 보다 깊이있게 보안법 개폐 문제를 논의하고, 토론회와 공청회 등을 열어 국민여론을 더 철저히 수렴하면 공감대가 형성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수호.고정애 기자
사진=조용철 기자 <youngc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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