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새 접전 … 피말린 오세훈·한명숙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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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한나라당 오세훈 서울시장 후보(왼쪽)와 민주당 한명숙 서울시장 후보가 2일 투표소에서 기표를 한 뒤 나오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2일 밤새 오세훈 한나라당 서울시장 후보와 한명숙 민주당 서울시장 후보는 천당과 지옥을 오갔다. 한나라당의 넉넉한 승리가 예상되던 서울에서 초접전이 벌어지면서 두 캠프는 수시로 희비가 엇갈렸다.

오후 6시 방송 3사의 출구조사 결과가 나오자 여의도의 한명숙 캠프에선 환호성이 터졌다. 선거일 며칠 전 여론조사에서 10%포인트 넘게 뒤지고 있던 한 후보가 오 후보를 불과 0.2%포인트 차이로 바짝 따라붙은 걸로 나왔기 때문이다.

이해찬 공동선대본부장과 이정희 대변인 등 캠프 관계자 30여 명은 자리에서 뛰어오르며 박수를 쳤다. “우리가 이겼다”는 희망 섞인 외침이 나왔다. 캠프 관계자들은 승리에 대비해 부랴부랴 꽃다발을 준비했다. 한산하던 캠프에는 순식간에 취재진 수십 명이 몰렸다.

같은 시각 서울 프레스센터의 오세훈 한나라당 후보 캠프에서도 “이겼다”는 함성이 터져 나왔다. 그러나 함성은 오래 가지 않았다. 캠프에 모여 TV를 지켜보던 장광근 선대위 총괄본부장, 조윤선 대변인, 박종희 상황본부장의 얼굴도 밝지 않았다. 낙승을 할 것이라던 예상과 달리 박빙의 수치가 나온 탓이다. 이종현 언론 특보는 “개표가 마무리되면 각종 여론조사 결과대로 큰 차이로 승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 캠프 관계자는 “아무래도 천안함 사건의 역풍이 젊은 층에서 분 것 같다”고 걱정했다.

오후 5시30분쯤 오 후보는 “아직 결과를 예측할 수 없으니까 조금 더 기다려보자”고만 말하고 캠프를 떠났다. 개표 초반 오 후보가 앞선 것으로 나오자 다소 밝아졌던 캠프 분위기는 오후 10시쯤 강북지역 개표가 많이 진행되면서 역전을 허용하자 다시 가라앉았다. 오 후보 측에선 “강남지역을 개표하면 상황이 달라질 것”이라며 희망의 끈을 놓지 않았다.

반면 자정께 한 후보가 캠프에 도착하자 한 후보 선거사무실은 순식간에 축제 분위기로 변했다. 자리에서 일어난 캠프 관계자들은 “한명숙!”을 연호했다. 하지만 표 차가 크지 않아 캠프 관계자들은 아슬아슬한 마음으로 개표 방송을 지켜봤다. 김현 부대변인은 “개표 현장에서 올라오는 보고에서 계속 우리가 앞서고 있다”면서 “20~30대가 투표에 많이 참여해 당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선승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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