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준높은 가족극] '마당을 나온 암탉' 外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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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53면

어린이극은 만드는 사람(어른)들이 관객(어린이)들의 눈높이에 다가가지 않으면 실패할 확률이 아주 높은 분야다.

물론 요즘에는 어른과 아이가 같이 즐기 수 있는 '가족극'을 지향한다지만, 이것도 일단 동심(童心)이 우선이다.여기에 소개할 두 편의 어린이극은 소재.주제의 깊이 등이 뛰어난, 차원높은 가족극이다. 어린이들의 방학 '문화체험' 코스로 적당해 이 작품을 추천한다.

*** 마당을 나온 암탉

극단 '민들레'(연출 송인현)가 만들었다.

대학로 문예회관 소극장에서 23일~2월 17일 공연한다. 이미 같은 이름으로 출간된 황선미의 베스트셀러 동화가 원작이다.

책을 쓸 때부터 다분야에서의 활용을 염두에 둔 '원 소스 멀티-유즈(one source multi-use)'의 기획물이었다. 삶과 죽음, 자유와 복종, 사랑과 희생을 깊이있게 성찰한 원작은 성인용으로 재출간되기도 했다.

양계장에서 '알 낳는 기계'로 살던 암탉(잎싹)이 주인공이다. 그 암탉이 울타리를 박차고 나와 새 세상에서 겪는 이야기를 담았다. '단 한번만이라도 알을 품을 수 있다면. 그래서 병아리의 탄생을 맛볼 수만 있다면…'. 이를 소망한 암탉은 우여곡절 끝에 청둥오리알을 품어 새끼를 낳는다.

'민들레'는 1996년 창단한 어린이극계의 중견극단이다.판소리 어린이극 '똥벼락' 등을 만들었다.

극단은 손인형과 배우들이 하나가 돼 각 인물들의 개성과 상황을 표현하는 실험적인 무대를 선보인다. 강윤정.정청민 등 출연. 02-766-5210.

*** 징검다리

극단 '사다리'와 호주 렘(REM)극단이 1997년 함께 만들었다. 당시 예술의전당 기획공연으로 첫선을 보였다. 그동안 손질을 거듭해 명 레퍼토리로 성장했다. 문예회관 대극장에서 24일~2월 3일 공연한다.

원작.연출은 렘극단의 로저 린드다.그는 호주 원주민(애버리진)의 민담.설화와 우리의 그것 등에서 모티브를 얻어 '서로 다른 문화의 차이를 이해하고 인정하며 친구가 되는' 이야기로 만들었다.'강의 신' 하백(河白)이 이질적인 두 문화를 이어주는 인물로 나온다.

애초에 이 작품은 소극장용이었다. 이번에 대극장 무대로 확대되면서 무대와 의상 등이 더욱 화려하고 정교해졌다. 소년이 강에 휩쓸리는 장면 등 마술적인 기법을 동원한 연출에다 타악기의 라이브 연주가 멋들어지게 엮인다.

호주 시드니 오페라하우스 상주극단인 렘극단은 84년 창단됐다. 이 작품 외에 '소녀 와얀의 모험''용감한 베키''달을 훔친 쿠카부라' 등이 한국에 소개됐다. '사다리'도 자체 연구소 등을 갖춘 국내의 대표적인 어린이극단이다. 김미령.김지웅.정은영 등 출연. 02-499-3487.

정재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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