콩고 화산 폭발… 수만명 용암에 갇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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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콩고민주공화국 동부 고마시(市)에서 북쪽으로 10㎞ 떨어진 니라공고 화산(해발 3천4백71m)이 17일(현지시간) 폭발, 너비가 30~50m에 달하는 용암천이 고마 시내를 휩쓸어 수많은 사상자가 발생하고50여만명이 대피했다.

영국 언론은 "정확한 피해를 알기 어려운 상황"이라면서 "실종자 수가 10만명이 넘는다는 설도 있다"고 보도했다.

미 CNN 방송은 19일 현재 공식 집계된 사망자수는 47명이지만 희생자가 대폭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현지 목격자들은 "화산이 새벽에 분출을 시작해 주변 하늘이 붉게 타오르고 인근 지역에 화산재가 비처럼 쏟아졌다"고 말했다. AP 통신은 용암천이 고마 시내를 관통해 키부 호수로 흘러들면서 시내 곳곳의 기름 저장소와 가옥들에 화재가 발생했다고 보도했다.

아프리카의 활화산 중 가장 활동이 왕성한 니라공고 화산은 지질학적으로 화산작용이 잦은 동아프리카 지구대에 속해 있다.

이 화산은 1977년에도 폭발, 당시 30분 정도 흘러내린 용암으로 약 2천명의 목숨을 앗아간 바 있다.

현재 화산 주변 지역에는 새롭게 갈라진 틈에서 용암이 계속 흘러나와 3개의 용암천을 형성하면서 인근 르완다 접경지역 근처의 14개 마을을 파괴했다고 현지 소식통들이 전했다.

이재민 수십만명은 인근 르완다 국경을 넘어 기세니로 피신 중이지만 아직도 수만명은 화산에서 뿜어져 나온 용암 사이에 갇힌 것으로 알려졌다. 이 와중에 약탈과 총격 행위까지 발생해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국제적십자위원회(ICRC)는 난민들을 위해 구호 캠프 26곳을 설치할 예정이다.

코피 아난 유엔사무총장은 성명을 내고 "대피길에 오른 콩고주민을 돕기 위해 유엔의 모든 자산을 동원하겠다"고 발표했다.

유권하 기자, 외신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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