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드컵] '만능맨'송종국 히딩크호 희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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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3면

20일(한국시간) 북중미 골드컵 첫 경기인 미국전에 앞서 송종국(부산 아이콘스)은 히딩크 감독으로부터 특별한 지시를 받았다.

상대가 투톱인 경우(4-4-2시스템) 수비형 미드필더로, 스리톱(3-4-3 또는 4-3-3시스템)일 때는 오른쪽 수비수로 뛰라는 것이었다. 미국은 전형적으로 투톱(4-4-2시스템)을 쓰지만 지난 서귀포 평가전에서 양쪽 날개를 사용하는 한국에 패했기 때문에 세 명의 공격수를 전방에 배치할 가능성이 있었기 때문이다.

바로 미드필더.수비수 어디에 기용해도 빈틈없는 송종국에 대한 히딩크 감독의 신뢰를 보여주는 장면이었고, 송종국은 역시 감독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그는 이날 수비형 미드필더로 선발 출전했지만 ,후반 11분 최진철이 퇴장당한 뒤 오른쪽 수비수로 위치를 이동했다.

김상식이 투입된 다음에는 다시 미드필더로 올라오는 등 수시로 포지션을 바꿨지만 그때마다 완벽하게 포지션을 소화했다. 게다가 전반 38분에는 30m를 날아가는 통렬한 동점골을 성공했다. 그 모습은 바로 8년 전 미국월드컵 당시 댈러스 코튼보울 경기장에서 터진 홍명보의 중거리포를 연상시켰다.

수많은 선수들이 대표팀을 드나드는 가운데 송종국은 꾸준히 제자리를 지키고 있다.

지난해 2월 두바이 4개국대회 아랍에미리트(UAE)전 동점골로 A매치 첫 골을 신고한 송선수는 11개월 만에 두번째 골을 성공하며 대표팀의 중추임을 증명했다.

특히 지난해 세네갈.크로아티아 평가전을 통해 홍명보가 10년간 지켜온 중앙수비수 역할을 이어받을 수 있는 '포스트 홍명보' 선두주자로 떠올랐다. 지칠줄 모르는 체력과 수비력, 거기에 날카로운 슈팅과 패스를 고루 갖춰 히딩크가 그토록 원하는 '멀티 플레이어'로서의 기량을 과시했다.

한국이 8강에 진출할 경우 소속팀에 복귀하는 유상철을 대신해 수비진을 이끌어야 하는 송종국은 골드컵은 물론 월드컵 본선에서도 믿음직한 역할을 다해줄 것으로 기대된다.

LA=장혜수 기자

사진=오종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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