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란 책임자는 정부 최고인사권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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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대전 법조 비리와 관련한 항명 파동을 일으켜 면직됐다가 지난해 8월 대법원의 면직 처분 취소 확정 판결로 검찰에 복귀했던 심재륜(沈在淪.58.사시 7회)부산고검장이 18일 자진 사퇴하면서 검찰은 물론 대통령의 검찰 관련 발언까지 강하게 비판해 파문이 일고 있다.

이날 오후 3시 부산고검에서 열린 퇴임식에서 "이제 떠날 때가 됐다"며 말문을 연 그는 "인사적 특혜와 신분의 상승을 위해 권력 주변에서 무리를 지어 줄을 섰고, 시키지도 않았는데 그들의 입맛에 맞게 앞장서 충실한 시녀 역할을 수행하기도 했다"며 "국민의 신뢰와 사랑은 검찰을 떠난 지 이미 오래 됐고 오히려 국가.사회의 발전을 가로막는 집단인 것처럼 혹평하는 사람도 많다"고 검찰을 비판했다.

沈고검장은 또 "정권의 전환기에 일부 정치성 검사들이 비열한 행태를 보인 결과 정의의 편에서 묵묵히 일하는 대다수 검찰 조직원마저 자괴감에 빠질 수밖에 없는 상황에 떨어졌다"며 "이런 위기 상황은 우리 스스로 만들어 왔던 업보라는 점을 각성할 때 어느 누구도 탓할 수 없다"고 했다.

沈고검장은 그러나 "심지어 검찰의 잘못 때문에 정부가 피해를 보고 있다는 대통령의 발언이 있다"며 최근 신광옥 전 법무부 차관에 이은 신승남 전 검찰총장의 퇴진 등 일련의 검찰 관련 사태를 '검란(檢亂)'이라고 표현한 뒤 "이른바 '검란'의 원인과 배경은 거듭된 검찰 인사의 잘못과 검찰권에 대한 간섭에서 비롯된 만큼 인사권자인 정부 최고 책임자의 책임 문제가 가장 크다고 보아야 한다"며 대통령에게도 직격탄을 날렸다.

沈고검장은 "검찰이 초심으로 돌아가 정의를 향한 정열을 불사르고 공정한 칼날을 휘두르면 검찰은 바로 서게 될 것"이라며 "후배들이 새 총장과 함께 힘을 모아 검찰의 신뢰를 회복해 달라"고 당부한 뒤 자리를 떴다.

부산=정용백 기자

사진=송봉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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