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클리 히트] 채식 열풍 일으킨 SBS 박정훈PD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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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9면

채식 전문 식당이 줄서서 기다릴 정도로 북적거린다. 대형 마트에선 유기농 채소가 없어 못판다. 이와 함께 채식 관련 서적이 인기를 끌고 있다.

지난 11~13일 밤 SBS '잘 먹고 잘 사는 법'이 방송된 후 전국에 불고 있는 '채식 열풍'이다. "고기 섭취를 줄이자""패스트 푸드를 먹지 말자""채식이 병을 고친다"는 다소 도전적인 내용은 많은 사람의 공감을 이끌어냈다.

여기엔 지난 1년간 끈질기게 한국인의 식습관을 탐구해온 박정훈(41.사진)PD가 있다.

"2년 전 서울 인근의 소 사육장을 취재하러 갔다가 깜짝 놀랐습니다. 좋은 꽃등심을 얻기 위해 소가 운동하지 못하도록 쇠사슬로 묶어놓았더군요. '인간이 도를 넘어도 한참 넘었구나'하는 생각이 들면서 우리 먹거리에 대해 생각하게 됐지요."

그는 이번 프로그램을 위해 지난해 초부터 2백여권이 넘는 영양학 관련 서적을 탐독하고 인터넷을 뒤지며 의학 관련 정보를 모았다.

한편으론 『밥상을 다시 차리자』의 저자인 김수현 약사에게 한달 동안 '개인 과외'를 받기도 했다.

이후 '섬유질이 해독작용을 한다'는 확신을 얻은 그는 실제 병을 앓고 있거나 체질개선이 요구되는 사람들을 찾아나섰다. 1천명 이상에게 e-메일을 보내고 환자들을 찾아가 설득했지만 이들은 '채식'에 대해 의심의 눈초리만 던질 뿐이었다. 6개월간의 실험 결과 고혈압.당뇨환자의 병세가 호전되자 그제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중간에 포기하려는 이들에게 건강 관련 책을 사 나르고 식단을 바꿔보기도 하는 등 보이지 않는 노력을 한 게 결실을 본 것.

"무조건 채식을 하자는 게 아닙니다. 고기 위주로 변해 있는 식습관을 균형점으로 돌려놓자는 것이지요. 잘못된 식습관을 경고하는 게 제 의무라면 이를 합리적으로 받아들이는 것은 시청자의 몫이죠."

박PD는 무엇보다도 건강에 관해 배타적인 한국인이 이제는 새로운 정보에 조금씩 눈을 뜨길 바랐다. 이 프로그램은 시청자의 요청에 따라 설날 연휴에 재방송된다.

박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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