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노갑·한화갑…다시뭉칠까 아주 갈라설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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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민주당 동교동계 이훈평(李訓平).조재환(趙在煥)의원과 원외의 김태랑(金太郞)위원장이 16일 하와이로 출국했다. 동교동계 좌장인 권노갑(權魯甲)전 고문을 만나 각자의 '갈 길'을 묻기 위해서다.

동교동계 부위원장 40여명도 이날 낮 마포의 한 음식점에 모였다. 여기서도 동교동계의 장래에 대한 고민들이 토로됐다고 한다.

민주당의 '뿌리'격인 동교동계가 동요하는 모습이다.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의 임기 종료가 가까워지고 당내 차기 후보들의 입지가 강화될수록 동요의 진폭은 커질 것으로 보인다.

특히 동교동 구파의 權전고문과 신파인 한화갑(韓和甲)고문간의 갈등은 경선정국이 진행되면서 더욱 복잡한 양상을 띠고 있다.

權전고문은 지난해 9월 韓고문에게 "대권을 포기하고 당 대표를 받으라"고 권유했으나 거절당한 것으로 알려진다. 이때부터 둘 사이는 결정적으로 벌어졌고, 그 틈을 신주류로 부상한 한광옥(韓光玉)대표와 중도개혁포럼(회장 鄭均桓)이 메워 나갔다.

하지만 경선 정국이 본격화하면서 새로운 상황이 발생했다. 한화갑 고문이 당권쪽으로 선회할 가능성을 내비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韓고문은 지난 5일 중앙일보 인터뷰에서 "동교동계 단합을 위해 權전고문이 귀국하는대로 만나겠다"며 적극적인 화해 의사를 밝혔다. 韓고문이 지난 15일 "대권과 당권 모두에 출마하겠다"고 말한 것도 "당권을 염두에 둔 것"이라는 분석이 유력하다.

민주당 내에서도 동교동계 신.구파가 화해하라는 요구가 강력히 제기되고 있다.

신병 치료차 미국으로 건너간 김대중(金大中)대통령 장남 김홍일 의원과 김옥두(金玉斗).최재승(崔在昇)의원 등이 그런 입장을 주도하고 있다.

이들의 요구대로 權전고문과 韓고문이 화해하면 민주당 경선정국은 전혀 새로운 상황으로 전개될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범동교동계의 한 재선의원은 16일 "權전고문이 '한화갑 때문에 내 심장이 터진다'라고 말하더라"면서 "두 사람의 화해가 결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동교동계 핵심인사는 "韓고문이 정식으로 협조를 요청하면 權전고문이 거절할 처지는 아니지만 그렇게 하고 싶은 생각이 없는 것 같더라"면서 "당초 이달 7일로 예정됐던 權전고문의 귀국일자가 자꾸 늦어지는 것도 이와 관련 있다"고 주장했다.

동교동계 의원들은 그동안 "우리는 절대로 과거 YS(金泳三 전 대통령)퇴임 후의 상도동계 전철을 밟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해왔다. 하지만 민주당 S의원은 "엄밀한 의미에서 과거와 같은 의미의 동교동은 이미 사라졌다"고 말했다.

김종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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