즉 비용과 편익을 따질 줄 아는 합리적 유권자라면 당연히 투표하지 않는 쪽을 택할 것이란 게 다운스의 결론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투표하는 이들이 엄존하는 역설은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여러 학자들이 다양한 학설을 내놓았었다. 예컨대 리스크 회피설. 투표를 안 했다가 하필 한 표차로 지지 후보가 패하는 위험을 감당할 수 없어서란다. 훗날 다운스 본인이 제시한 답은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해’였다. 모두들 제 잇속 차리느라 투표를 안 하면 민주주의는 붕괴 위험에 처할 수밖에 없다. 그러면 더 큰 손해를 보게 되니 차라리 투표 비용을 감수하는 결정을 내린단 얘기다.
어느 설이 맞는진 몰라도 투표의 힘으로 민주주의가 지탱되는 건 사실이다. 세계 각국이 갈수록 떨어지는 투표율을 끌어올리려 애쓰는 까닭이다. 얼마 전 총선을 치른 영국에선 젊은이들이 몰리는 페이스북(Facebook) 사이트와 선관위 홈페이지를 자동 연결시켜 유권자 등록을 간편화했다. 11월 중간선거를 앞둔 미국은 해외 거주자 등을 대상으로 e-메일 투표까지 도입할 계획이란다. 이른바 ‘강제 투표제’를 검토 중인 나라도 꽤 된다. 투표를 안 하면 벌금을 물리고 벌금 납부도 미루면 징역형에 처하는 호주, 네 번 이상 투표를 거를 경우 선거권을 빼앗는 벨기에, 투표 확인증 없인 석 달간 월급도 못 찾게 하는 볼리비아처럼 말이다. 개인의 자유를 침해한단 반론이 만만치 않다. 하지만 투표도 납세·병역 못지않게 필수적 의무라는 주장도 거세다.
내일 치러질 지방선거 투표율에 대한 우려가 많다. 일단 50%를 넘기는 게 목표라고 한다. 이러다간 정말 강제 투표란 극약 처방도 고려해야 할 판이다. 부디 그 전에 비용·편익 계산 따위 집어치우는 유권자들이 많아지면 좋겠다. 민주주의를 지키는 데 하루쯤 ‘비합리적’이 된들 대수일까.
신예리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