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 동화책을 읽어주는 엄마들의 오해와 진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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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 알파벳과 단어 위주로 읽어줘야 영어 실력이 빨리 늘거야.
동화책이 영어 학습에 효과적인 이유는 그림으로 내용이 이해되기 때문이다. 언어 자체에 초점을 맞추는 질문은 내용의 흐름을 방해하고 읽기에 대한 흥미를 떨어뜨릴 수있다. 그림을 훑어보면서 전체내용을 파악 하는 것이 동화책 읽기의 첫 단계다. 그림을 보면서 아이가 상상의 나래를 마음껏 펼칠 수 있게 격려해줘야 창의력도 향상된다.

② 멋진 교구를 만들어 재미있는 활동을 하면 아이가 좋아할 거야.
엄마가 밤새 영영사전을 뒤져 가며 영어 표현을 익히고 교구를 만들어도 아이들은 계획 대로 움직여 주지 않는다. 정성 들여 만든 교구를 망가뜨리기도 하고 질문에 엉뚱한 대답을 하기도 한다. 이런 상황이 되면 아이에게 잔소리를 하거나 화를 내기 쉽다. 엄마가 즐겁게 책을 읽어 주는 것이 현란한 활동이나 교구보다 훨씬 효과적이다.

③ 영어책은 많이 읽어줄수록 좋다니까 하루에 10권 정도는 읽어줘야지.
아이들은 좋아하는 책은 몇 번이고 질리지 않고 반복해 읽곤 한다. 아이가 좋아하는 책은 수십 번씩 읽어줘도 괜찮다. 책을 반복해 읽다 보면 아이는 특정 단어나 문장, 관용구 등에 익숙해지고 이를 필요한 상황에서 적절히 응용하기도 한다. 하지만 지나치면 모자람만 못하다. 아이가 흥미를 느끼지 않는 책을 억지로 반복해 읽어주지 않도록 하자.

④ 동화책은 두고두고 읽을 테니 전집으로 사서 책장에 꽂아둬야지.
전집은 낱권으로 살 때보다 권당 가격이 저렴하고 낱권에는 없는 부모용 지침서가 수록돼 있어 매력적이다. 이런 이유로 양질의 동화책을 전집으로 구매하는 것은 괜찮다. 하지만 전집을 통째로 책장에 꽂아두는 것은 피해야 한다. 전집은 집안 곳곳에 분산해 꽂아두고 한권씩 시간차를 두고 보여주는 것이 효과적이다.

⑤ 난 영어 발음이 별로 좋지 않은데 아이가 내 발음을 따라 하면 어쩌지.
영어는 의사소통의 도구임을 잊어선 안 된다. 의사소통을 하는 데는 유창한 발음보다 표현력과 적극성이 더 중요하다. 능력껏 발음하고 자신이 없을 땐 오디오 교재로 보완해주면 된다. 영어에 대한 이해 체계가 바로 서면 아이는 스스로 좋은 발음을 선택하게 된다.

⑥영어동화책은 일찍 읽어줄수록 효과적일 거야.
얼마나 일찍 시작하는가는 상관없다. 영어를 꾸준히 접하면서 자연스럽게 배우는 것이 가장 좋다. 문제는 일찍 시작한 것이 결과에 대한 욕심으로 이어지는 것이다. 아이들마다 성향이 다르기 때문에 아무리 일찍부터 영어동화책을 읽어줬어도 영어 실력이 좀처럼 늘지 않을 수 있다. 아이의 실력을 객관적으로 파악하고 부족한 부분을 차근차근 보완해나가는 것이 영어 잘 하는 아이로 키우는 지름길이다.

※도움말=쑥쑥교육연구원 이은주 차장, 한국사이버대학교 실용영어학부 이은실 교수, 랭콘잉글리시 강시현 이사

송보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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