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라 위니아 배상운"불침번 서며 소총 들고 연습했어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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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3면

떨어지는 낙엽도 피하라는 제대 말년. 당직사령에게 들키기라도 하면 큰일날 일이었지만 병장 배상운(29.한라 위니아)은 불침번을 서면서 소총을 아령삼아 체력단련을 했다. 얼굴이 붉어질 때까지 팔굽혀펴기도 했다.

그의 머리 속에는 아이스하키밖에 없었다. 천금 같은 말년 휴가 때에도 배병장은 팀 훈련에 합류해 2년여 동안 잃어버린 스케이팅 감각을 되찾느라 비지땀을 흘렸다.

지난해 11월 6일은 기다리고 기다리던 전역일. 예비역 배병장이 서울에 도착해 가장 먼저 한 일은 목동링크로 달려가 스틱을 잡은 것이었다. 제대한 지 불과 한달여 만에 개막한 이번 강원도컵 2001 코리아 아이스하키리그에서 그는 보란 듯 주전으로 활약하고 있다. 특히 지난 5일 현대 오일뱅커스와의 경기에서는 수비수면서도 선취골에 이어 쐐기골까지 터뜨려 화끈한 전역 신고를 했다.

'현역으로 입대하면 선수생활은 끝장이다'.

스포츠계에는 이런 인식이 강하게 심어져 있다. 그러나 아이스하키의 경우 상무 입대의 길이 아예 원천 봉쇄돼 있다. 정부의 예산절감 방침으로 상무가 2년 전 아이스하키 등 비인기 종목의 선수 선발을 중단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국가대표였던 배상운도 1999년 입영열차를 타야 했다. 경기도의 한 경리부대에서 복무하는 동안 더 이상 대표팀 유니폼을 입지 못하게 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이 늘 그를 엄습했다.

그래서 틈나는 대로 '몸 만들기'에 열중하고, 휴가 때마다 만사를 제쳐놓고 스틱을 잡았던 것이다.

배상운은 "군복무 시절 나름대로 열심히 체력을 연마했으나 아직 입대 전의 50% 수준밖에 안된다"며 "하루빨리 상무에 팀이 생겨 어린 후배들이라도 마음고생 없이 선수생활에 전념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한라의 변선욱 코치는 "몸을 사리지 않는 허슬 플레이로 벌써 제몫을 충실히 하고 있다"면서 "일반 사병으로 군에서 제대한 뒤 이렇게 빨리 적응한 예가 없다"고 흐뭇해했다.

성백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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