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론 게이트] 회계법인 '앤더슨' 치명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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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세계 5위의 회계법인인 아서 앤더슨이 엔론 스캔들에 깊이 연루된 것으로 드러나면서 최대 위기에 몰리고 있다.

현재 미 의회와 법무부.증권거래위원회(SEC)의 조사가 진행 중인데, 앞으로 주주.직원.채권자 등 각종 이해관계자들의 손해배상청구 소송이 봇물을 이룰 것으로 보인다. 무엇보다 이번 스캔들로 회계법인의 생명인 신뢰도가 추락, 앞으로 회복 여부가 불투명하다.

1980년대 중반부터 엔론사의 회계감사를 맡아온 앤더슨은 회계장부를 엉터리로 감사해 결과적으로 엄청난 분식회계를 묵인했거나 방조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여기에다 앤더슨측이 지난해 12월 회계조작 사실을 시인하기 앞서 직원들에게 엔론사 감사서류 파기를 직접 지시했다고 타임지가 보도하면서 치명타를 맞았다.

뉴욕 타임스는 앤더슨이 이같은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 언스트&영.KPMG 등 다른 대형 회계법인과 합병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으나 쉽지 않을 전망이라고 14일 보도했다.

앤더슨을 잘못 인수했다가 덤터기를 쓸 우려가 크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 고객 줄줄이 이탈=엔론에 대한 부실감사 사실이 드러나면서 고객들이 등을 돌리고 있다. 엔론사 관련 업무도 지난해 말 경쟁사인 딜로이트 투시에 넘겨야 했다.

시카고의 투자은행인 뱅크원도 최근 회계법인을 앤더슨에서 KPMG로 바꿨다.

세계적 소프트웨어업체인 오라클과 제약업체인 머크와 아메리칸홈프로덕츠도 앤더슨을 떠날까 생각 중이다. 불똥은 다른 에너지 거래기업으로도 튀고 있다.

◇ 회계업계 전체로 파장 번질 듯=대형 회계법인들은 회계감사보다 컨설팅업무가 주수입원이어서 대기업 회계감사를 엄격히 하지 않았다는 비판을 받아 왔다. 이런 관행을 바로잡으려 할 경우 해당 기업들이 계약관계를 끊을 것을 두려워했다는 것이다.

이런 문제점을 고치기 위해 SEC가 2년 전에 회계법인이 감사를 맡은 기업의 컨설팅업무를 맡지 못하도록 하는 법안을 의회에 제출했으나 앤더슨 등 대형 회계법인들의 로비로 무산됐다.

뉴욕=신중돈 특파원,

서울=정재홍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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