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64% '현 경제상황 IMF위기보다 더 심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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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국민의 과반수 이상이 현재의 국가경제는 IMF 외환위기 상황보다 더 어렵다는 생각을 갖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는 MBC가 지난 2일 창사 기념일을 맞아 여론조사기관인 코리아리서치센터에 의뢰해 정치, 외교 분야 1천명, 경제사회분야 1천9명을 대상으로 지난달 29일과 30일 전화조사해 발표한 것으로,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다.

이 조사에 따르면 '지금 경제가 위기라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대해 'IMF위기보다 더 심각한 상황'이라는 대답이 전체 응답자의 64%에 달한 반면, '어렵기는 하지만 위기는 아니다'는 응답은 33%에 불과했다.

현재의 살림살이와 관련 응답자의 37.3%가 '대체로 어렵다', 24.7%가 '매우 어렵다'고 답해 전체의 62%가 어렵다고 답했다. '보통'은 33%였고, '대체로 좋다'는 3.4%, '매우 좋다'는 0.5%에 불과했다.

이를 반영하듯 '1년 전에 비해 소득이 줄었다'는 응답이 전체의 55.4%에 달하고 '1년 전에 비해 소비를 줄였다'는 응답도 55.7%로 나타나, 작금의 심각한 내수불황이 실질소득 감소에서 기인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경기회복이 언제쯤 될 것'으로 보느냐는 질문에 대해서도 '내년 상반기' 3.2%, '내년 하반기' 10.6% 등 내년에 회복될 것이라고 생각하는 국민은 13.8%에 불과했다.

경제정책의 중심을 잡지 못하는 정부에 대한 불만도 컸다.

한 예로 정부여당이 기득권층의 반발 및 경기침체 심화 우려로 당초 원안보다 크게 후퇴시킨 '종합부동산세' 도입과 관련, 응답자의 58.4%가 반드시 종합부동산세를 도입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또한 '부의 양극화'의 주범인 집값에 대해서는 "지금도 높기 때문에 더 떨어져야 한다"는 의견이 절반을 넘었다.

정부가 경기부양을 위해 추진중인 연기금 투자 확대 움직임에 대해 응답자들은 강한 불신을 드러냈다.

'노후 연금수령에 대한 기대'를 묻는 질문에 대해 '정부가 보장한 금액 전부를 수령할 수 있을 것'이라고 답한 응답자는 15.5%에 불과했고, '보장금액보다 적을 것' 47.4%, '매우 적을 것'이 28.7%로 나타나 전체 응답자의 76.1%가 국민연금 고갈을 우려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기금 투자주체가 누가 돼야 하느냐'는 질문에 재경부 11%, 보건복지부는 12.7%에 불과한 반면, 학계- 노동계-전문가 등으로 구성된 객관적인 위원회에 맡겨야 한다는 의견이 55%를 넘었다. 정부정책에 대한 불신이 그대로 반영된 셈이다.

'17대 국회의 활동을 16대 국회와 비교할 때 어떻냐'는 질문에 대해 '비슷하다'는 응답이 55.1%, '더 잘못하고 있다'는 응답이 34.6%로 나타나, 무려 전체 국민의 89.7%가 17대 국회를 '사상최악의 국회'로 평가받은 16대 국회와 비슷하거나 그보다 더 개악됐다고 생각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더 잘 하고 있다'는 응답은 6%에 불과했다.

노무현대통령 지지율도 지난 7월 제2기 내각 출범직후 잠시 30% 수준을 회복했다가, 지난 10월23일 코리아리서치 조사결과 30.4%로 하락한 데 이어 이번 조사에서는 28.8%로 추가하락했다.

정당 지지도에서는 한나라당 31.3%, 열린우리당 22.1%, 민주노동당 18.6% 순으로 지난 7월 조사이후 순위에 변동이 없었다. 그러나 열린우리당의 지지도는 지난 10월23일 조사때의 27.1%보다 5%포인트나 급락하며, 민주노동당과 2, 3위를 다퉈야 하는 급락상을 보이고 있다. 무응답이나 지지하는 정당이 없다는 '부동층'은 지난번 조사때의 18.4%에서 23.1%로 4.7%포인트나 급증했다.

현재 여야간 최대쟁점인 국가보안법 처리문제와 관련해선, 열린우리당의 '폐지후 보완'(35.2%)와 한나라당의 '존속후 개정'(35.3%)가 팽팽히 맞섰고, 극우진영의 '그대로 존속'(13%)과 민주노동당의 '완전폐지'(7.5%) 주장도 대립양상을 보였다.

'국가보안법 등 4대법안 처리는 반드시 여야 합의를 통해 처리해야 한다'는 의견이 75.1%로 '여당 단독 처리' 의견 13.8%보다 압도적으로 많았다.

디지털뉴스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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