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선희의 DVD파일] '제레미아 존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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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6면

시드니 폴락 감독은 배우 출신에다 연기 코치 경력까지 있어, 배우들로부터 최고의 연기를 끌어내는 것으로 정평이 나 있다.

버트 랭커스터.로버트 레드퍼드.제인 폰다.바브라 스트라이샌드.더스틴 호프먼.폴 뉴먼 등이 그의 작품에 출연하면서 연기력을 인정받는 스타가 되었다.

이 중 최고의 콤비는 레드퍼드로 여덟 편의 영화를 함께 했다. '제레미아 존슨'과 '아웃 오브 아프리카'가 DVD로, '추억''콘돌''아웃 오브 아프리카''하바나''호스 위스퍼러'가 비디오로 출시되어 있다.

폴락-레드퍼드 콤비를 정점에 올려놓은 것은 덴마크의 여류 작가 아이작 디너센의 자전적 소설을 영화화한 1985년 작 '아웃 오브 아프리카'(컬럼비아).

아카데미 일곱개 부문을 수상한 이 대작 러브 스토리에서 레드퍼드가 연기한 데니스 역은 지나치게 낭만적이어서 유령이나 천사가 아닌가 싶을 정도였다.

제멋대로 나타났다 사라지는 자유로운 영혼의 소유자, 그래서 여주인공의 마음을 더 사로잡았다. 금발 미남에다 지적인 모험가 캐릭터는 레드포드에게 무척 잘 어울린다.

이같은 이미지는 1972년 작인 '제레미아 존슨'(워너브러더스)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어디서 왔는지, 어떤 과거가 있는지 알 수 없는 잘 생긴 젊은 청년이 산 사나이로 살아가기로 결심하고 산 마을에 찾아든다.

두 마리 말과 한 자루의 총을 마련한 그는 로키 산맥 속으로 들어가 전설의 사나이가 되는데, 그가 바로 1840년대의 자연인 제레미아 존슨, 곧 로버트 레드퍼드다.

바르디스 피셔의 소설 '마운틴 맨'에다 크로족 인디언 이야기를 덧붙여 만든 이 영화는 원시의 자연에 경의를 표하며, 자연인으로 살아가는 데 실패할 수밖에 없는 인간의 고독을 그리고 있다.

거센 눈보라가 몰아치는 산 속에서 불 지피기, 버펄로와 사슴에게 총을 겨누는 자세, 곰을 유인하는 법, 눈 위에서 자는 지혜, 인디언과 거래하기 등을 2시간 동안 배우고 나면, 문명 세계에서 살아가는 그 자체가 잘못이라는 생각이 든다.

유타주의 지온 국립 공원 등에서 찍었다는 압도적인 산악 풍광과 홀로 말을 타고 가는 사나이의 심정을 대신한 노래들은 DVD로 보면 제 맛이 난다. 영화 제작 과정을 기록한 짧은 다큐 필름이 돋보이는 부록으로, 고독에 가치를 두고있는 레드퍼드가 그 시대에 살았다면 분명 산 사나이가 되었을 거라고 분위기를 잡는다.

옥선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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