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배낭여행 조심… 도난· 폭력사건 잇따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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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한국 여대생 두명이 영국에서 잇따라 피살.실종됨에 따라 젊은 배낭족을 중심으로 한 해외여행객의 안전에 비상이 걸렸다.

외교통상부 관계자는 11일 "2000년 해외여행객의 실종신고 건수가 1백9건을 기록한 데 이어 지난해에도 1백건을 넘어선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실종 신고된 사람의 70% 이상은 어학연수생이나 배낭족 등 단기 여행객이었다.

또 실종된 지역은 배낭족이 즐겨 찾는 유럽과, 치안이 좋지 않은 동남아시아.중국.인도 등지였다.

피살.실종된 두 여대생이 투숙한 것으로 알려진 현지 민박집은 특히 위험한 곳으로 꼽힌다. 시민권을 취득하고 숙박업 허가를 받은 한국인이 운영하는 민박집은 비교적 안전하지만 대부분 불법체류자가 운영하는 무허가 민박집이 문제다. 이들은 주요 열차역 등에 호객꾼까지 배치해 싼 가격으로 한국인 여행객을 유치한다. 방 하나에 많게는 10여명이 기거하기 때문에 도난.폭력.강간 사건이 심심치 않게 발생하고 있다.

민박집과 연계된 술집에서 바가지를 쓰기도 십상이다. 프랑스 파리에서는 민박집에서 고급 신발과 향수.시계를 강매해 문제가 됐다. 로마에서는 한국인 배낭여행객을 놓고 조선족과 한국인 간에 칼부림이 나기도 했다. 배낭여행 전문여행사 '신발끈'의 장영복 실장은 "유럽 배낭여행 때 집시나 무허가 민박집의 한국인 주인, 지나치게 호의를 베푸는 잘 생긴 외국인 등을 특히 경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외교통상부 영사과 장부승 사무관은 ▶여러 명이 함께 다니고▶우범지역은 피하며▶장소를 옮길 때마다 가족에게 연락처를 남겨야 한다고 조언했다. 실종신고는 외교통상부 재외국민보호센터(02-732-0495).

성호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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