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5호선 마곡역 승객 없어 7년째 무정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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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3면

1996년 말 개통된 서울 지하철 5호선(방화~상일동.마천)의 마곡역은 인근 주민들 사이에 이른바 '유령역'으로 통한다.

논.밭으로 둘러싸인 곳의 지하에 역사를 짓는 바람에 이용할 시민들이 한 사람도 없어 역사 관리를 위해 서울도시철도공사 직원 두세명이 24시간 교대 근무하고 있을 뿐 7년째 빗장이 걸린 채 열차도 서지 않기 때문이다.

이곳에서 6년째 청소를 하고 있는 문영님(65)씨는 "역 분위기가 너무 을씨년스러워 겁이 날 때가 많다"고 말할 정도다. 이런 유령 지하철역이 서울의 '마지막 노른자 땅'으로 꼽히는 강서구 마곡지구에 세 개 더 들어설 전망이다.

11일 서울시에 따르면 오는 3월 본격 착공, 2007년 완공예정인 지하철 9호선(김포공항~송파구 방이동.38㎞)의 마곡지구 통과 구간에 지하철역을 세 개 짓기로 최근 시도시계획심의위원회에서 확정했다.▶방화1동 송화초등학교 부근▶마곡동▶가양1동 양천향교 입구 등 세 곳으로 구간 길이는 2.3㎞.

서울시가 한강 이남지역을 동서로 잇는 9호선(37개역)의 마곡지구 구간에 이같은 '무정차역(잠정)'을 지으려는 것은 이곳이 시 도시계획상 2011년까지 개발유보지로 묶여 있지만 이후 개발에 대비하기 위한 것. 이곳 마곡지구(마곡.가양.공항.방화.내발산동 등)는 80~90%가 전답으로 여의도 면적의 1.3배(1백21만평)에 이르는 넓이에 주민은 거의 살지 않는 곳.

하지만 시는 당장 지하철 이용 수요가 없더라도 미래를 대비해 역은 지을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역사 한개에 평균 3백억원 이상의 건설비가 들어가는 점을 감안하면 최소 9백억원 이상이 투자비 명목으로 들어가는 셈.

마곡지구는 인천국제공항철도의 대규모 환승역 설립도 검토되고 있는 곳이다.

지하철건설본부 관계자는 "현재로선 환승역이 들어서도 개발이 안되면 무정차 운행이 불가피한 실정"이라고 말했다.

서울시 진철훈 도시계획국장은 "마곡지구에 대한 역세권 개발 등에 대해선 아직 전혀 결정된 바 없다"며 "장래에 서울시가 필요로 하는 기능을 담당할 수 있도록 현재 용역을 의뢰해 놓고 있다"고 밝혔다.

양영유 기자

사진=강정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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