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준영씨 자진출두 배경·수사 전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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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분당 차병원에 입원 중이던 박준영 전 국정홍보처장이 11일 패스21 대주주 윤태식씨의 로비 의혹과 관련해 검찰에 자진출두했다.

朴전처장은 이날 서울지검에 출두하면서 기자들에게 "최근의 사태가 너무 황당해 진실을 밝히러 나왔다"고 밝혔다.

검찰은 갑작스러운 朴전처장의 출두에 다소 당혹해 하는 기색이었으나 기본적인 사실 등을 조사한 뒤 이날 밤 일단 귀가시켰다.

검찰은 尹씨와 朴전처장 주변 인물에 대한 수사를 통해 朴전처장이 尹씨에게서 금품 로비를 받은 혐의점이 드러나면 朴전처장을 재소환할 방침이다.

◇ 출두 배경 및 수사 상황=10일 한나라당 이재오 총무가 "윤태식 게이트에는 朴전처장 뒤의 권력 실세가 개입했다"는 의혹을 제기한데다 11일 검찰이 공보수석실에 근무했던 전.현직 청와대 직원 두명을 소환한 것이 朴전처장이 자진출두한 계기가 된 것으로 보인다.

또한 증폭되는 의혹을 방치할 경우 청와대에 회복하기 어려운 상처를 줄 것이라는 주변의 조언도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이미 尹씨가 朴전처장을 찾아가 만났던 2000년 9월부터 1년 사이의 청와대 방문 기록을 입수해 검토 중이었으며, 尹씨와 朴전처장 주변 인물에 대한 계좌추적을 통해 이상한 자금 흐름을 일부 포착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尹씨와 별다른 친분이 없던 朴전처장이 아무런 대가도 없이 세개 정부 부처에서 패스21의 시연회가 열릴 수 있도록 주선했다는 것을 쉽게 납득하지 못하고 있다.

◇ 사법처리 전망=朴전처장의 사법처리 여부는 尹씨에게서 현금이나 주식을 받았느냐가 관건이다.

만일 朴전처장이 尹씨에게서 금품을 받고 정부 부처 시연회를 주선했을 경우 알선수재나 알선수뢰 혐의가 적용될 것으로 보인다.

朴전처장이 尹씨에게서 돈을 받고 공보수석의 직무와 관련된 다른 편의를 봐줬다면 뇌물수수 혐의가 적용된다.

그러나 금품을 받지 않았다면 朴전처장을 사법처리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朴전처장에게 직권남용 혐의를 적용할 수 있다는 일부 의견이 있지만 다른 정부 부처에 시연회를 부탁한 것만 가지고는 직권을 남용했다고 보기 어렵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현재 尹씨는 "朴전처장에게 돈이나 주식을 주지 않았다"며 금품 제공 사실을 완강하게 부인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朴전처장 역시 "尹씨의 기술을 채택하면 많은 예산을 절감할 수 있을 것 같아 정부 부처에 소개한 것일 뿐 돈을 받은 사실은 없다"고 주장했다.

김원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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