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 주류·비주류 당개혁 샅바싸움 가열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4면

한나라당이 전당대회 논란으로 더욱 시끄러워지고 있다.

9일 잇따라 열린 총재단회의.당무회의에선 전당대회 준비로 '선택2002 준비위'(선준위)를 설치하고, 박관용(朴寬用)지도위원과 김문수(金文洙)사무부총장을 각각 위원장과 간사로 한다는 것만 결정됐다.

선준위에서 당권.대권 분리 등 당 개혁 논의를 할지, 선준위원에 경선 후보나 당외 인사를 포함시킬지 여부는 쟁점으로 남았다.

박근혜(朴槿惠).이부영(李富榮)부총재 등 비주류가 이를 반영하기 위해 큰 목소리를 내고 있다.

◇ 논란=선준위 논의 수준에 대해 李총재는 "국가혁신위에서 이미 심도있고, 근본적인 논의를 하고 있다. 상상 이상의 개혁적 내용도 많다"며 "다만 총재.후보 선거 분리 문제 등은 전당대회와 관련돼 있는 만큼 선준위에서도 논의하게 될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하순봉(河舜鳳)부총재도 "개혁.당쇄신이 전당대회만을 위한 게 아니다"고 동조했다.

최병렬(崔秉烈)부총재는 "혁신위가 결론을 앞당겨 내 선준위의 논의를 돕자"고 제안했다.

그러나 박근혜 부총재는 "혁신위엔 근본적 한계가 있다"고 반발했고, 김원웅(金元雄)당무위원도 "당 개혁 논의는 본질적 과제인 만큼 선준위에서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선준위원의 구성에 대해서도 이부영 부총재가 "시민단체 등의 추천을 받아 당 밖의 사람도 기용하자", 박근혜 부총재가 "경선 후보도 포함시키자"고 주장한 반면 주류측은 "선수가 심판까지 볼 수는 없다"(梁正圭부총재)고 난색을 표했다.

◇ 선준위의 활동=선준위는 이달 말까지 결론을 낸다는 입장이다.

박관용 위원장은 "당원 전체의 의사를 왜곡됨없이 반영하도록 노력하겠다"며 "대의원을 어떻게 구성할지, 적정 규모가 어느 정도일지에 초점을 맞추겠다"고 말했다.

대략 20명 내외로 구성될 위원에 대해선 "내가 1차로 선발,경선 후보로 예상되는 분들의 동의를 얻어 결정하겠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朴위원장은 쟁점사항에 대해 "당개혁 논의는 혁신위에서 거의 정리된 상태", "외부인사는 곤란하지 않겠느냐. 경선 후보들이 바빠 선준위원을 하기 어렵지 않겠느냐"는 입장을 보여 갈등이 예상된다.

한편 박근혜.이부영 부총재와 김덕룡(金德龍)의원 등 비주류 3인은 이날 연쇄회동을 갖는 등 연대를 가속화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와 관련, 李총재 측근은 "최근 여당과, 여당 움직임에 자극받은 비주류에 밀려 당헌.당규에도 없는 기구(선준위)가 새로 만들어졌고,1년여간 준비해온 게 무용지물이 되고 있다"며 "李총재가 안이한 판단을 했다"고 토로했다.

고정애 기자

사진=김경빈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