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이즈미 일본 총리, 아시아로 시선이동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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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정부는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일본 총리의 3월 공식 방한과 월드컵 개.폐막식 때 한.일 정상 교차방문을 기정 사실화하는 분위기다. 외교부 관계자는 확답을 피하면서도 "양국 정상이 자주 만나는 것은 좋은 일"이라고 말했다.

한.일 양국간에 이같은 외교 일정은 매우 이례적이다. 일본 총리가 지난해 10월 이래 우리 대통령의 답방 없이 잇따라 방한하는 데다 국제 무대에서의 회동을 합치면 9개월 동안 여섯차례 얼굴을 맞대는 것이 되기 때문이다. 3월의 고이즈미 총리 방한은 우리측 초청에 따른 것이다.

지난해 10월의 방한이 실무방문이어서 우리측은 공식방문을 희망해왔다. 정상회담의 주 의제는 ▶월드컵 개최 협력▶일본 엔화 약세를 비롯한 경제문제▶역사공동연구기구의 발족을 비롯한 과거사 문제가 될 전망이다. 월드컵 개.폐막식 때의 교차방문은 상징적 성격이 짙다.

특히 개막식 때는 한.중.일 3국 정상의 회동 가능성도 없지 않다. 우리 정부가 중국 장쩌민(江澤民)국가주석의 방한을 초청해 놓았기 때문이다.

이같은 한.일 두 정상의 잦은 만남은 개인적 신뢰관계를 쌓게 해 일본의 역사인식 문제를 비롯한 양국간 현안에 대한 입장차를 좁혀줄 것으로 보인다. 한 외교 소식통은 "양국 정상의 잇따른 회동이나 월드컵 공동개최 등을 고려할 때 올해 고이즈미 총리의 야스쿠니(靖國)신사 참배는 어렵지 않겠느냐"고까지 전망했다.

우리측은 일련의 회동을 통해 양국 우호관계 복원에 초점을 맞출 것이란 분석이다. 청와대측은 고이즈미 정권 출범 후 삐걱거려온 양국관계를 '새 파트너십 공동선언'을 채택한 집권 초 수준으로 끌어올리는 데 강한 의지를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은 중국과의 전략적 관계를 고려할 때 한국과의 우호.협력관계가 불가결하다고 판단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고이즈미 내각으로선 '미국 중시-아시아 경시 외교노선'이라는 비난을 털어내기 위해서도 더욱 그렇다.

고이즈미는 현재 동남아를 순방 중으로 새해 벽두부터 아시아 외교의 시동을 건 상태다.

오영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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