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철 통로에 떡하니 자전거…시민들 짜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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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통난을 덜고 지구 환경오염을 줄이기 위한 교통수단으로 최근 국내에서도 자전거 타기 붐이 일고 있다. 그러나 많이 좋아졌다고는 하지만 자전거 타는데 필요한 기반시설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아 불편을 느끼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코레일은 지난해 6월 20일부터 국내에서 처음으로 요일에 상관없이 중앙선 전철의 자전거 휴대 승차 서비스를 실시했다. 10월 4일부터는 코레일 전철 전 구간에서 일요일과 공휴일에 자전거를 휴대하고 승차할 수 있도록 했다. 또 12월 10일부터는 중앙선 전철 2편에 자전거를 고정시킬 수 있는 거치대를 설치하고 매일 같은 시간에 운행하기 시작했다.


현행 전철 휴대품 관련 규정에 따르면 승객은 가로, 세로, 높이를 더한 길이가 총 158cm를 초과하는 물품을 가지고는 전철을 탈 수 없다. 중앙선의 경우는 이 규정에 예외다. 5대의 자전거를 세울수 있는 거치대를 전철의 맨 앞 칸과 맨 뒤 칸에 각각 설치했다.(사진1) 자전거 거치대를 설치한 전철은 중앙선 용산~용문역간 매일 14회 이상 운행하고 있다. 다만 혼잡한 출퇴근 시간대인 오전 7시부터 10시, 오후 5시부터 8시에는 자전거 휴대승차가 제한된다.

자전거 거치대의 지정공간은 열차 한량에 앞 뒤 합쳐서 10대에 불과하다. 자전거를 타는 사람들은 보통 여럿이 어울려 다니는데 많을 때는 20여 명씩 몰리기도 한다. 거취대가 부족하면 다음 열차를 기다리지 않고 다른 객실로 자전거를 가지고 타는 사람들도 많다.(사진2) 통로에서 자전거를 끌고 이리 저리 움직이는 바람에 일반 승객들은 불편을 겪어야 한다. 자전거 이용자 수가 수용할 수 있는 전철의 용량을 초과했기 때문이다.

서울에 살면서 업무상 중앙선을 자주 이용한다는 박모(43)씨는 "지정석이 아닌 칸에 세워둔 큰 자전거로 인해 통로가 막혀 다른 칸으로 이동할 수가 없었다. 심지어 장애인이 휠체어를 타고 지정석에 있었는데, 그 옆에 아무렇지도 않게 자전거를 세우는 경우도 봤다. 그것도 모자라 도착 후에도 장애인과 함께 좁은 엘리베이터를 같이 타고 올라가는 것을 보면서 눈살이 찌푸려졌다. 자전거를 전철에 갖고 타는 것을 반대하지 않지만 이용하는 사람들이 더 의식을 갖고 행동했으면 좋겠다"라며 불만을 토로했다.

중앙선은 서울도심과 남양주, 양평군 등 외곽의 자연경관이 뛰어난 지역을 연결하는 주요노선으로 지속적으로 자전거 휴대요구가 있어왔다. 특히, 주말 레저수단으로 대부분이 승용차를 선호하는 현실에 부응해 자전거를 가지고 전철을 탈 수 있게 함으로써 친환경적인 자전거 문화가 활성화 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자전거 휴대승차’는 지정된 시간에, 지정된 공간에만 승, 하차가 가능한 제도임에도 불구하고 지정공간이 부족할 경우 다음 열차를 이용해 일반 승객들에게 피해를 주는 일이 없어야 하는데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라이더'들의 성숙된 문화의식이 요구된다. 아울러 늘어나는 자전거 이용객에 맞춰 설비 증설 등 현실적인 대안도 필요하다.

명지대 김지은 대학생기자

[*이 기사는 명지대 디지털미디어학과와의 산학협력으로 작성되었습니다. 특정 내용이 조인스닷컴의 견해와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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