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 "GM 패밀리로 대우차 키우겠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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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대우자동차는 이제 제너럴 모터스(GM)의 글로벌 패밀리가 된다. 세계 각 지역에 퍼져 있는 GM 식구(자회사)들과 힘을 합치면서 굴러갈 것이다."

대우차 인수 본계약을 앞두고 한국 기자들을 초청, 지난 6일(현지시간)부터 잇따라 기자회견을 열고 있는 GM의 최고경영진들이 공통적으로 하는 말이다.

새로 개발한 차의 플랫폼(엔진.변속기.섀시 등 차의 뼈대)이나 신기술을 전세계에 그물망처럼 연결된 자회사들과 공유해 개발비를 낮추고 브랜드도 바꿔달아 파는 등 앞으로 대우차를 GM의 글로벌 경영전략의 틀 속에서 운영하겠다는 것.

세계 최대의 자동차 제조회사 GM의 잭 스미스 회장, 릭 왜고너 사장 겸 CEO, 루디 슐레이스 아시아.태평양지역 사장, 앨런 패리튼 아태지역 제휴담당 임원, 닉 라일리 GM-대우차 신설법인 사장 내정자 등 GM의 경영사령탑은 휴일조차 마다하지 않고 한국 기자들을 만나 대우차 경영전략 등을 밝혔다.

◇ 힘 받는 대우차 연구개발=패리튼은 "지난 2개월 동안 대우차 실사를 하면서 대우차가 올해 시판할 예정인 신차 2종을 들여와 성능 테스트를 해봤다"면서 "전세계 우수 차종에 비해 전혀 손색이 없었다"고 말했다.

왜고너 사장은 "대우차의 제품개발 능력이 뛰어나 앞으로 아시아뿐 아니라 전세계에서 큰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한다"며 "대우차가 호주에 있는 GM 엔지니어링 센터처럼 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자회사 사이의 플랫폼 공유와 관련, "대우차로 어떤 플랫폼이 갈지, 대우차가 다른 자회사에 어떤 개발차종을 보낼지는 시장과 고객들의 요구에 달려 있다"고 설명했다. 슐레이스 사장도 "올해 선보일 T-200(라노스 후속)은 GM의 전략 차종이 될 것"이라고 칭찬했다.

◇ '시보레'브랜드 달고도 판매될 듯=왜고너 사장은 "어느 국가에서든 차가 잘 팔리면 브랜드가 유지되고, 아니면 새 이름을 검토하는 게 원칙"이라고 말한 뒤 "다만 현재로선 미국에 차를 팔 때 대우 브랜드를 그대로 유지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라일리 내정자는 "GM은 일부 시장에서는 대우차에 시보레 배지를 달아 파는 방안도 검토할 것"이라고 소개했다.

한편 슐레이스 사장은 "대우차를 인수하면 우선 내수 점유율을 높여 스스로의 힘으로 일어선 다음 중국 등 새 시장으로의 수출도 생각할 수 있다"며 인수 초기에는 내수 판매에 주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 GM식 기업문화 옮겨심기=왜고너 사장은 최근 외신과의 인터뷰에서 GM 본사 간부 25명 정도를 대우차에 파견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패리튼은 "GM과 대우차 신설법인간의 기업문화와 일하는 방식 등을 통합해야 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GM은 양사의 기업문화가 조화를 이루고 대우가 정상화하면 본사 파견 임원들을 상당수 철수시키고 대우차 임직원 중심으로 경영할 예정이다. GM측은 대우차 신설법인이 2~3년 내에 흑자로 돌아설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한국에 거주할 예정인 라일리 내정자는 인수 본계약 협상이 앞으로 5~6주 정도 걸릴 것으로 내다봤다.

디트로이트(미 미시간주)=이영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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