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타오르는 '아파트 열기'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9면

기존 아파트값이 급등하면서 분양시장도 후끈 달아올랐다.

8일 시작하는 올해 첫 서울 동시분양분 2천1백6가구 청약에 앞서 문을 연 주택업체들의 모델하우스는 추위에도 아랑곳없이 엄청난 인파가 몰렸다.

삼성물산 주택부문이 서울 강남구 일원동에 마련한 상도동.본동 아파트 모델하우스에는 지난 주말에만 1만명 이상이 방문했고, 7일에도 4천여명이 다녀갔다. 이곳을 찾은 孫모(39)씨는 "아파트값이 올라 살 엄두를 못내기 때문에 새 아파트를 분양받는 것 외에는 내 집을 마련할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라성건설이 서울 강남구 도곡동에서 내놓은 주상복합 아카데미 스위트 4백14가구 가운데 7일부터 선착순 분양한 1백30가구는 6시간 만에 거의 다 팔렸다.

아파트시장이 요동을 치고 있다.비수기인데도 서울 강남을 중심으로 '사자' 세력이 몰리면서 매물이 거의 사라진 채 호가가 급등하고 있다.새 아파트 분양에 사람들이 몰려들고,선착순으로 분양 중인 일부 주상복합아파트는 순식간에 팔리고 있다.

◇ 강남이 진원지=지난해 연말부터 서울 강남에서 불붙기 시작한 아파트값 오름세가 서울 강북에 이어 신도시와 수도권 등으로 퍼지고 있다.

서울 강남구 대치동 국제아파트 32평형은 지난달 4억2천만~4억5천만원에서 현재 4억7천만~5억원으로 한달새 5천여만원이 뛰었다. 대치동 청실1차 35평형도 학군에다 재건축 호재까지 겹치며 5억~5억4천만원으로 일주일 새 3천여만원 뜀박질했다.

지난해 가을 이후 침묵을 지켜왔던 서울 강북권과 영등포지역도 덩달아 올라 노원구 상계동 중앙하이츠 1차 26평형과 영등포구 여의도동 목화 15평형도 일주일 새 1천만~1천5백만원 상승했다. 분당과 일산 등 수도권지역도 최근 1주일 새 10% 이상 올랐다.

◇ 저금리가 시장 주도=아파트값 급등의 밑바닥에는 ▶저금리▶주택 수급상황▶정부의 주택정책▶심리적 요인▶재건축 바람▶교육여건 등 6~7가지 요인이 깔려 있다.

이 가운데 시장 전체적으로 가장 큰 영향을 미친 것은 저금리다. 투자처를 찾지 못한 자금들이 지난 1년간 주택시장에 대거 몰려 '머니게임'이 벌어졌다.

서울 강남 도곡동의 한 공인중개업자는 "가격 급등에 부담을 느끼면서도 은행에 맡기는 것보다 나을 것이라며 아파트를 사들이는 이들이 많다"고 전했다.

정부가 주택경기를 살리기 위해 지난 3년간 부양책을 쏟아낸 것도 큰 요인이다. 1998년 분양가 자율화 이후 서울지역 분양가가 평균 45%나 오른 게 기존 아파트 상승세를 부추겼다.

특히 서울 강남 도곡.대치.청담.삼성동 일대는 '교육 프리미엄'이 작용해 오름폭이 더 컸다. 이 일대에 이른바 명문고와 사설학원이 많아 이사 수요가 몰렸다.

심리적 요인도 크다. 연말과 연초에 집값에 대한 장밋빛 전망이 잇따르자 집주인들이 매물을 거둬들였고 매도 호가는 훌쩍 뛰었다.

◇ 집 사야 하나=정부가 아파트 시장의 이상과열을 잡기 위해 8일 고강도 처방을 내놓을 계획이어서 아파트값은 조정받을 가능성이 커졌다. 안그래도 전문가들은 강남권 아파트값에 거품이 많기 때문에 일단 지켜보는 것이 좋다고 권한다.

부동산114 이상영 대표는 "강남 아파트값 상승세를 이끌고 있는 것은 재건축 대상 아파트인데 앞으로 재료 약발이 많이 죽을 것"이라며 "상투를 잡을 가능성이 있어 매입을 자제해야 한다"고 말했다.

서울부동산컨설턴트 정용현 사장도 "강남권 집값의 추가상승 가능성이 전혀 없진 않지만 재료에 비해 너무 많이 올랐다"며 "재건축 아파트의 투자성에 대한 환상이 깨지면 값이 많이 내릴 가능성이 크다"고 조심스레 말했다.

황성근.성종수 기자

사진=김성룡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