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지금은 연애중' 채림 성숙한 여인으로 변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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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9면

두 동갑내기 남녀가 있다. 철부지 시절에 만나 서로 보기만 하면 으르렁대고 싸운다. 각자 이성을 만나게 되면서 기꺼이 연애 상담도 해주고 실연당한 상대방을 따뜻하게 감싸주기도 한다. 세월이 흐르면서 둘은 자연스레 '친구'에서 '연인'으로 발전한다. 언뜻보면 영화 '해리가 샐리를 만났을 때'를 연상시키는 이야기 공식이다.

"영화 '해리 샐리' 보셨죠. 제가 바로 그 '샐리'라고 보시면 돼요." SBS 드라마 스페셜 '피아노' 후속으로 16일부터 방영될 '지금은 연애 중'의 주인공 채림(23). 그간 당차고 귀여웠던 신세대 이미지를 벗고 이번에는 사랑에 실패하면서 점점 인생을 관조하게 되는 성숙한 여인으로 변신한다.

3일 옥수동 달동네 야외 촬영장에서 만난 채림은 무척 긴장한 모습이었다. 지난해 MBC의 '네 자매 이야기'를 마친 뒤 6개월간 휴식을 취하고 돌아왔으니 그 공백이 클 법도 하다.

전날 영하 10도를 넘나드는 강추위 속에 새벽까지 촬영을 강행한 탓인지 채림은 심한 독감에 걸려있었다. 드라마 대사도 더빙으로 처리해야 할 정도로 목소리가 잘 나오지 않았지만 자신의 배역에 대해선 끊임없이 얘기를 늘어놓았다.

극중 윤호정(채림)은 평범한 20대 여성. 독서실에서 비누 냄새를 풍기는 선배(성시경)를 보고 한눈에 반했지만 친구에게 빼앗기고, 지독한 이기주의자인 고학생(김정현)에게 상처를 받으면서도 사랑에 대한 희망을 버리지 않는다. 여러 남자에게 차이던 호정은 결국 그녀 옆에서 충고를 아끼지 않던 강직한 남자 최규인(소지섭)과 사랑을 확인한다.

"샐리 역을 맡았던 멕 라이언을 보면 사랑할 듯 안할 듯 감정변화가 참 미묘하게 드러나잖아요. 저도 이젠 귀엽고 발랄한 이미지를 버리고 성숙한 여성의 모습으로 거듭나고 싶어요."

이미지 변신이 절실한 듯 채림은 그간 머리를 꽤 많이 길렀다. "드라마에서 머리 스타일이 이미지를 결정한다는 걸 조심스럽게 배웠다"는 부분에선 '네 자매 이야기'에서 마음먹고 선보였던 단발머리가 '최양락 단발'로 불린 게 충격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천사와 악녀의 이분법을 떠나 이번 드라마의 주인공은 주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평범한 여자에요. 그런 역할은 처음이라 좀 어렵네요."

그럴 것도 같다. 지금까지 채림은 20대 초반의 어린 나이에도 불구하고 드라마에서는 9시 뉴스 앵커를 꿈꾸는 아나운서('이브의 모든 것'),아버지 병원을 맡게 된 외과의사('네 자매 이야기'), 벤처기업을 차린 공학도('여자 만세') 등 무언가를 성취해내는 전문직 여성 역할을 전담해왔다. 이로 인해 앳된 인상과 극중 역할이 어울리지 않는다는 팬들의 질타를 받기도 했다.

"누구든 진정한 사랑을 하게 되면 아름다워지고 성숙해진다고 하잖아요. 저도 이번 드라마부터는 그렇게 보이지 않을까요□"

재채기처럼 타인 앞에서 숨길 수 없게 된다는 사랑. 지난해말 가수 이승환과 연인 사이임이 밝혀져 화제가 됐던 채림은 은근슬쩍 그 사랑을 말하고 있었다. 내친 김에 "연애는 잘돼가느냐"고 묻자 채림은 손사래를 치며 입을 꾹 다물었다.

"오직 연기자로 봐주세요. 연애를 잘하는지 아닌지는 드라마 속 제 얼굴에 다 나타나지 않겠어요□" 현실에서도 '지금은 연애 중'인 채림은 드라마 속 좌충우돌식 사랑 만들기에도 자신이 있다는 표정을 한껏 지어보였다.

박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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