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만 취약 20개 시·군·구 산부인과 설립비 지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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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강원도 정선군 정선읍 최경희(32)씨는 두 딸 승빈과 승효를 강릉에 있는 병원에서 낳았다. 둘째 승효는 지난달 2일 출산했다. 애를 낳을 때까지 한 달에 한 번 산전 진찰을 받기 위해 강릉으로 나갔다. 산달에는 세 번 갔다. 한 번 가는 데 승용차로 1시간30분, 왕복 세 시간 걸린다. 직장 생활을 하는 남편이 주중에 시간을 낼 수 없어 매번 주말에 강릉을 찾았다. 최씨는 다행히 제왕절개를 했기 때문에 분만할 때는 응급 상황이 발생하지 않았다고 한다.

최씨는 “몇몇 임신부가 강릉으로 가는 중간에 승용차에서 애를 낳는 경우도 있었다”면서 “애는 강릉에서 낳더라도 산전 진찰은 정선에서 받았으면 좋겠다. 5분짜리 초음파 진단을 받기 위해 강릉까지 세 시간 들여 오가는 것이 너무 힘들었다”고 말한다.

정선군에서 분만하는 산부인과가 사라진 지는 오래 됐다. 정선군 보건소 신애경씨는 “우리 군에서는 지난해 270명이 아이를 낳았는데 모두 강릉이나 태백·원주로 나갔다. 산모들에게 너무 힘든 일”이라고 말했다.

전국에 정선군과 같은 분만 취약 시·군·구가 52군데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보건복지부가 지원대책을 마련하기 위해 배포한 자료에 따르면 취약지역은 강원·전남·경북이 각각 10곳으로 가장 많았다. 취약지역은 산모의 70% 이상이 다른 시·군에서 출산했거나 분만할 수 있는 병원이 한 시간 내에 없는 곳을 말한다.

복지부는 가임기 여성이 1000명 이상이거나 연간 신생아가 250명 이상인 20개 지역은 6억~7억원(지방예산 포함)의 산부인과 설립비와 매년 2억~3억원의 운영비를 지원하기로 했다. 강화·인제·철원·평창·화천·영동·태안·고창·고흥·해남·영암·강진·창녕·밀양·합천·함양·울진·의성·서귀포 등이다. 내년 중에 10곳을 시범운영하고 단계적으로 확대할 방침이다. 나머지 지역은 산전 진찰용 교통편을 제공하고 보건소에 산부인과 공중보건의를 배치하기로 했다.

신성식 선임기자



전국 분만 취약 지역 52곳

▶인천 강화군, 옹진군 ▶경기 연천군 ▶강원 고성군, 양구군, 양양군, 인제군, 정선군, 철원군, 평창군, 영월군, 화천군, 횡성군 ▶충북 괴산군, 보은군, 영동군, 단양군 ▶충남 태안군 ▶전북 무주군, 고창군, 부안군, 진안군, 장수군 ▶전남 고흥군, 보성군, 신안군, 완도군, 곡성군, 구례군, 해남군, 영암군, 강진군, 진도군 ▶경북 영양군, 울릉군, 영덕군, 군위군, 고령군, 봉화군, 울진군, 의성군, 청도군, 청송군 ▶경남 창녕군, 산청군, 의령군, 하동군, 밀양시, 남해군, 함양군, 합천군 ▶제주 서귀포시

*취약지역 분만의 70%를 다른 시군에서 하거나 분만할 수 있는 병원이 1시간 거리에 없는 곳 자료 : 보건복지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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