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디 카페] 홍대판 ‘슈퍼스타 K’ 꿈꾸는 인디밴드 오디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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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가지런한 젊음보다 출렁이는 젊음이 더 아름답다. 좀 덜컹거리더라도 꿈을 향해 무작정 질주하는 젊음 말이다. 26일 오후 서울 홍익대 앞 상상마당에선 그런 질주의 현장이 목격됐다. 상상마당이 주최한 ‘밴드 인큐베이팅’ 오디션 무대다.

올해로 3회째인 이 오디션은 상상마당이 실력파 인디밴드를 발굴해 집중 육성하는 프로그램이다. 최종 6팀을 뽑는 대회에 모두 180개 밴드가 참가했다. 최종 선발된 팀에겐 상금이 300만원씩 주어지고, 1년간 전용 연습실도 제공된다. 1년 동안 각종 평가를 거쳐 뽑힌 2팀은 데뷔 앨범도 낼 수 있다.

지금까지 이 프로그램을 통해 데뷔한 밴드는 모두 17개 팀. 현재 홍대 인근 클럽 등에서 활발하게 활동 중이다. 이를테면 ‘밴드 인큐베이팅’은 앨범 녹음이 일생의 목표인 아마추어 밴드들에겐 꿈의 무대다. 아마 밴드가 스타 밴드로 발돋움할 수 있다는 점에서 홍대판 ‘슈퍼스타 K’라 불러도 무방하다.

오디션에 참가한 인디밴드 ‘수퍼커션’이 자작곡인 ‘아마존’을 연주하고 있다. 심사위원인 음악평론가 임진모씨는 “새로운 음악 지평을 열 수 있는 개성 강하고 가능성 있는 밴드를 발굴하겠다”고 말했다.[최승식 기자]

이날 오디션에선 1차 음원 심사를 통과한 12개 팀이 실제 연주를 선보였다. 전날 심사를 치른 12개 팀까지 모두 24개 팀이 오디션을 치르는데, 이 가운데 절반은 탈락한다. 최종 심사(6월 1일)엔 12개 팀이 올라 그 가운데 6팀을 추려낸다.

심사위원들. 왼쪽부터 김철희 루바토 대표, 김도균 기타리스트(백두산), 유병렬 상상마당 음악감독.

참가한 밴드들은 록을 비롯해 재즈·국악·힙합·레게 등 다양한 장르를 선보였다. 첫 무대부터 파딱이는 젊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5인조 밴드 ‘수퍼커션’이 오디션의 문을 열었다. 이들은 자신들이 직접 제작한 ‘에어폰(airphone)’이란 악기를 선보였다. 굵은 파이프를 연결해 만든 타악기였다. 에어폰·드럼·장구·비브라폰·바이올린 등이 독특한 음색의 멜로디와 리듬을 빚어냈다. 연주가 끝나자 심사위원들의 날카로운 지적이 날아들었다.

유병렬(상상마당 음악감독)=요즘 퓨전음악 하는 밴드가 많은데 어떻게 차별화할 건가요?

고헌균(수퍼커션 리더)=악기가 독특해 시선을 끌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무대에선 젊음이 마구 꿈틀댔지만, 심사가 시작되자 긴장감이 그 젊음을 압도하기 시작했다. 이어 무대에 오른 ‘신가람밴드’는 어딘가 기성 밴드의 혐의가 짙어 보였다. 귀에 감기는 연주 실력부터 무대 매너까지 잘 정돈된 느낌이었다. 게다가 이들의 소개서엔 한 레코드사와 계약 중이라고 적혀있었다.

유병렬=계약 중이라고 돼 있던데? 이미 활동 중인가 보죠?

신가람(리더)= 그게…. 사장이 접니다. 앨범 한 장 어떻게든 내보려고….

객석에서 웃음이 터졌다. 실제로 이번 오디션은 기성 밴드에게도 문을 열어뒀다. 데뷔 10년차인 한 인디 밴드도 도전을 고민했다고 한다. 심사에 참여한 음악평론가 임진모씨는 “인디밴드에겐 기성이든 아마추어든 큰 의미가 없다. 모두 똑같이 지원이 절실한 팀들”이라고 말했다. 하긴 남의 연습실을 전전하며 음악에만 매달리기엔 생계가 빠듯할 수밖에 없는 게 인디밴드의 현실이다. 6개 팀에 1년간 2억원이 지원되는 ‘밴드 인큐베이팅’이 들썩이는 이유다.

한 밴드당 두 곡씩 자작곡을 직접 연주하는 방식으로 오디션은 이어졌다. 건반 소리가 나오지 않는 등 소소한 실수도 있었지만, 무대 위 젊음은 그 자체로 화사했다. 심사에 참여한 그룹 백두산의 기타리스트 김도균씨가 한마디 했다. “열정 있는 젊은 밴드가 이렇게 많은 줄 몰랐습니다. 이런 열기와 열정이라면 인디밴드 출신 아이돌 스타도 곧 나오지 않을까요.”

글=정강현 기자
사진=최승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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