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7월 서울·수도권 3만 가구 입주 … 전셋값 오름세 꺾였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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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난에 시달리던 무주택 서민들은 당분간 한숨을 돌릴 수 있을 것 같다. 서울·수도권 전셋값이 1년여 동안 오르기만 하다 최근 들어 상승세가 많이 꺾였기 때문이다. 중앙일보조인스랜드가 전셋값 주간 변동률을 조사한 결과 5월 넷째주 서울 아파트 전셋값은 평균 0.02% 오르는 데 그쳤다. 경기도는 올 들어 처음으로 내렸고, 수도권 5개 신도시는 지난해 5월 이후 1년여 만에 하락(-0.01%)했다.


상승세가 꺾인 이유는 단순하다. 계절적으로 비수기에 접어들어 수요가 감소하는데 공급은 몰리고 있기 때문이다. 노원구 중계동 을지공인 서재필 사장은 “5월부터 장마가 끝나는 7월 말까지는 수요가 가장 적은 때”라고 말했다. 반면 공급은 크게 늘어난다. 서울에서는 이달 말 완공하는 강북구 미아뉴타운 래미안 2577가구를 비롯해 성북·강남구 등지에서 7월까지 7000여 가구가 입주한다.

수도권에서는 7월 말까지 2만2000여 가구가 집들이를 한다. 주택산업연구원 권주안 연구위원은 “이사 수요가 적은 때 입주가 한꺼번에 몰리면서 전셋값 상승세에 브레이크가 걸린 것”이라고 풀이했다.

실제 공급이 몰린 곳에서 전셋값 하락폭이 크다. 용인과 파주가 대표적이다. 용인 성복동 수지자이1차 전용 84㎡형은 1억6000만원 선으로 두 달 전보다 2000만원가량 내렸다. 파주 운정신도시에서는 전용 84㎡형을 연초보다 2000만~3000만원 떨어진 8000만~9000만원에 구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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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 매매값이 계속 떨어지는 것도 원인으로 지목된다. 신한은행 이남수 부동산팀장은 “아파트 값이 내리는 상황에서 전셋값만 오르기에는 한계가 있다”며 “특히 1년여 동안의 전셋값 상승에 심리적으로 부담을 갖는 세입자가 많아졌다”고 말했다.

전세시장 안정의 분수령은 8월 이사철이다. 불안 요인도 있지만 공급(입주물량)이 이어지므로 올 초처럼 급등하는 일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 8월부터 연말까지 서울·수도권에서 6만2000여 가구가 입주하면 전세 수요를 많이 흡수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신규 공급 물량이 서울 강북권 등 특정 지역에 몰려 있어 강남권 등 교육수요가 많은 지역은 전셋값이 다시 오를 수도 있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 허윤경 연구위원은 “서울의 재개발·재건축 사업이 본격화하면 이주 수요가 많아지므로 이들 사업의 속도 조절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황정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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