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라파트 후계자 옥중 출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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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마르완 바르구티(45.사진)가 내년 1월 팔레스타인 수반선거에 출마한다고 1일 선언했다. 출마와 불출마를 오락가락하던 바르구티는 부인 파드와를 통해 마감을 몇 시간 앞두고 후보로 등록했다. 바르구티를 옥중면담하고 서둘러 후보등록을 마친 뒤 파드와는 "개혁을 원하는 젊은층의 강력한 출마 요청을 바르구티가 받아들였다"고 말했다. 따라서 당선이 확실하던 마무드 압바스 팔레스타인해방기구(PLO) 의장이 큰 타격을 입을 것으로 예상된다.

알자지라 방송은 2일 과격무장단체의 행보가 가장 큰 변수가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선거 자체를 인정하지 않는 무장단체들이 향후 선거결과를 인정하지 않을 것이 자명해 물리적 충돌 가능성도 지적되고 있다.

이처럼 선거 후유증이 심해질 경우라면 바르구티가 더 '적절한 인물'이라는 여론이 확대되고 있다. 옥중에서도 팔레스타인 민심을 조종할 수 있었던 민중의 최고지도자이기 때문이다. 선거 후에 발생할 분열을 봉합할 수 있는 인물이라는 평이다.

하지만 2002년 4월에 체포돼 올해 6월 테러 교사와 살인죄로 5회 연속 종신형과 추가 40년형을 선고받은 바르구티를 이스라엘 당국이 석방해줄지가 관건이다. 실용주의자이면서도 무장저항 노선을 걷고 있는 바르구티는 결코 이스라엘에 달갑지 않은 인물이다. 일부 전문가들은 그러나 팔레스타인의'넬슨 만델라'로 불리는 바르구티의 석방 가능성을 조심스럽게 점치고 있다. 특히 그가 민주선거를 통해 당선된다면'정치범'을 석방하라는 국제사회의 압력이 커질 것이기 때문이다.

요르단강 서안에서 출생한 바르구티는 소년 시절부터 이스라엘 경찰과 충돌하다 투옥되기도 했다. 제1차 인티파다가 시작된 1987년 튀니지로 망명한 그는 93년 이스라엘과의 오슬로 평화협정이 체결된 뒤 자치지역으로 돌아와 최초 총선에서 자치의회 의원에 당선됐다. 국제관계학 석사 소지자인 그는 파타운동 요르단강 서안 지도자로, 파타운동 산하 무장단체인 알아크사 순교자여단을 이끌며 대 이스라엘 무장투쟁을 지휘해 왔다.

카이로=서정민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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