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첫날 증시 반도체·은행주 '쌍두 마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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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5면

새해 첫날 증시에서는 반도체주와 은행주의 상승이 돋보였다. 특히 반도체주는 하이닉스 반도체가 IBM.컴팩 등 대형 거래선과 공급가격을 30% 올리기로 합의했다는 소식에 힘입어 초강세를 보였다.

삼성전자가 2000년8월 말 이후 처음으로 30만원선을 훌쩍 뛰어넘었고, 하이닉스와 아남반도체는 가격제한폭까지 올랐다. 이와 함께 신성이엔지.미래산업.디아이 등 반도체 장비주들이 대거 상한가를 기록했다.

은행주중에서는 외환은행과 조흥은행이 하이닉스의 실적 개선 기대감으로 급등했고, 대구은행.부산은행 등 지방은행주가 많이 올랐다.

다만 기술주의 대명사인 반도체주가 전통주의 대표격인 은행주보다 오름폭이 클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 반도체주가 주도할 전망=이날 증시에서는 일단 반도체주가 은행주에 대해 압승을 거뒀다. 증권 전문가들은 연초에는 반도체주가 실적 개선 기대감에 힘입어 증시를 좌우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은행주는 반도체 가격 급등과 같은 상승요인(모멘텀)이 부족한만큼 반도체주의 상승세에는 못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이와 함께 올해도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외국인이 장세를 주도할 것으로 전망되는 점도 반도체주의 상대적인 강세 요인으로 꼽히고 있다.

외국인과 기관은 국민은행.하나은행 등 우량 은행주를 제외한 저가 은행주에 대해서는 별 관심을 보이지 않고 있다. 결국 저가은행주는 개인의 선택만 있을 뿐이다. 그러나 개인들은 2일 하룻동안 거래소에서 2천억원 넘게 순매도했고, 한때 10조원선을 넘었던 고객예탁금도 지난해 말 현재 9조3천6백억원으로 줄어들었다. 당분간 개인이 주도하는 장세는 기대하기 힘들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 반도체주 강세 예상=하이닉스가 마이크론 테크놀로지에 D램 사업부문을 넘기기로 결정하자 삼성전자.마이크론.인피니온 등 주요 반도체 업체들이 출하량을 조절하고 있다. 이 덕에 지난해 말 1백28메가SD램은 2.42달러를 기록하며 6개월 만에 2달러선을 넘었다.

전문가들은 지난해 3분기 적자를 낸 삼성전자의 반도체 부문이 올 2분기에는 흑자로 돌아서고, 연말에는 반도체 부문에서 큰 폭의 흑자를 기록할 것으로 보고 있다.

현대증권과 미래에셋증권은 2일 반도체주에 대한 비중확대 의견을 냈다. 또 삼성전자에 대해서는 각각 35만원, 40만원의 목표가격을 제시했다.

◇ 은행주도 노릴 만하다=시중은행들의 실적이 크게 좋아지고 있다.

채권형 수익증권에서 이탈한 자금이 은행 예금으로 대거 몰려들고 있고, 수수료 수입이 크게 늘어나는 점등으로 인해 8대 시중은행의 지난해 당기순익은 3조3천억원에 달한 것으로 추정된다.

전문가들이 은행주에 주목하는 것은 세가지 요인 때문이다. 우선 일부 은행의 합병 움직임이 상반기에 가시화하고, 국민은행의 합병으로 인한 이익증대가 확연해질 것으로 보기 때문이다. 이와함께 하반기이후 경기가 회복국면으로 접어들면 은행들의 부실채권이 줄어드는 점도 호재로 꼽힌다.

대신경제연구소 한정태 연구위원은 "지난해 실적을 기준으로 해도 은행 전체의 주가수익비율(PER)은 8~9배로 시장평균(15배)에 크게 못미친다"며 "장기적인 관점에서 은행주에 관심을 가질 만하다"고 말했다.

이희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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