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뭔가 수상" vs "도넘는 괴담"…1번 조작설 시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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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 오전 서울 용산구 국방부 대회의실에서 '천안함 침몰사건 조사결과'와 관련해 민.군 합동조사단이 발표를 하는 가운데 인양된 어뢰에 '1번'이라고 적혀 있다. [뉴시스]

신상철(52) 전 천안함 민ㆍ군 합동조사단 조사위원(현 ‘서프라이즈’ 대표)의 “북 어뢰에 쓰인 1번은 우리가 쓴 거 같다”는 발언이 네티즌 사이에서 논란이 되고 있다. 신 전 위원은 26일 서울 한 교회에서 열린 ‘천안함 조사 결과 발표 믿을 수 있나’ 강연에서 이같이 주장하며 “확대를 해서 봤는데 1번이라고 쓰여진 부분이 균일하지 못하다. 북한이 썼을 때는 매끄러운 표면에 썼을 것인데 바다에서 녹슬면 녹이 파란색 매직글씨 위로 올라와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녹슨 것 위에다 쓰니까 균일하지 않고 오톨도톨한 게 아닌가”라고 덧붙였다.

◇네티즌 갑론을박=신 전 위원의 ‘1번 조작’설에 대해 네티즌은 커뮤니티 등에서 뜨거운 논쟁을 벌이고 있다. 일부 네티즌은 조사단 발표를 불신하며 “손글씨 1번의 진위를 가려야 한다” “파란색 매직펜으로 쓴 듯한 이 글씨가 장기간 바닷물 속에 잠겨 있었는데도 고스란히 잘 보존된 것이 수상하다” “어뢰 인양 후 쓴 것이 맞다”는 등의 댓글을 올렸다. 한 네티즌은 철판 위에 유성매직으로 글씨를 쓴 뒤 소금물에 몇 시간동안 담근 다음 꺼낸 실험 상황을 전하기도 했다.

이와 반대로 “정부의 불충분한 설명에 의혹이 생길 수 있지만 도를 넘는 괴담은 불필요하다” “여러 나라가 공동으로 조사한 사실을 두고 비전문가들이 왈가왈부할 상황이 아니다” “북한이 매끄럽지 않은 상태에서 썼을 수 있다는 가정은 왜 생각하지 못하나” “바닷속에서 변색 가능한 시간이 얼마나 되는지, 해외와 비교한 사례가 있는지 등에 대해서 객관적 자료도 없이 여론을 호도하지 말라” “글 쓴 부위는 소재가 스테인레스라서 녹이 슬지 않는다는 다른 전문가들 글을 안보았나” 등의 댓글을 올리고 있다.

◇조사단 설명은 어땠나=합조단 조사 결과 어뢰 추진부에 쓰인 ‘1번’은 북한 소행이라는 심증을 확증으로 바꾸는 결정적 증거물이었다. 이 글씨는 물에 녹지 않는 파란색 유성펜으로 적은 것으로 추정됐다. 합조단 황원동 정보분석팀장은 발표 당시 “어뢰조립, 정비, 관리를 쉽게 하도록 부호를 1번이라고 쓴 것으로 보인다”며 “다른 나라는 한글로 1번을 표시하는 일이 없는 것으로 안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일부에선 어뢰 내부에 ‘1번’이란 글씨를 써놨다는 것 자체가 북한의 소행임이 들통나는 일인데 이를 지우지 않았다는 점, 어뢰 추진부는 상당히 부식된 상태인데 글자부문은 선명한 파란색을 유지하고 있고 녹슨 자국이 없다는 점 등이 수긍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합조단 한 관계자는 “1번이란 글씨는 제조과정에서 기술자들이 써놓은 것으로 보이고 완성품은 알루미늄 외피로 싸여 있어 이를 사용하는 북한군은 내부에 글씨가 있는지 몰랐을 것”이라고 답변했었다.

◇잉크 성분 나올까=합조단은 ‘1번’에 대한 좀 더 명확한 근거 제시를 위해 지난 25일 국립과학수사연구소에 잉크 성분분석을 의뢰했다. 국과수는 글씨 일부분을 긁어내 화공약품을 이용, 잉크 제조국을 밝히고 방청성(수심 3m이상에서 염분이 있을때 녹지 않는 성질) 여부 등을 조사할 예정이다. 그러나 ‘1번’이 쓰여진 시점은 쉽게 알아내기 힘들 것이라고 전했다. 국방부 한 관계자는 “‘1번’을 우리가 썼다는 것은 말도 안된다. 잉크 성분분석은 5주 가량 걸린다. 6월 말쯤 상세한 내용이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신 전 위원은 천안함 사건 원인과 관련 ‘좌초설’을 주장했다. 해군은 그를 ‘명예훼손’ 혐의로 서울중앙지검에 고소한 상태다.

이지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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