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 문화 지도] 강우석 감독 인터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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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1984년 조감독 생활로 영화계에 발을 들인 강우석 감독은 88년 '달콤한 신부'로 데뷔한 이래 12편의 작품을 연출했다.

-영화로 돈을 많이 벌었다는데.

"영화해서 번 돈은 내돈이 아니다. 반드시 영화쪽으로 재투자돼야 한다. 나는 자식한테 재산을 물려주지 않을 생각이다. 아내한테 가끔 '아이는 상상력으로 키워야지 돈으로 키우면 안 된다'라고 얘기한다. 내가 그렇게 컸기 때문이다.지금도 영화관을 즐겨다니시는 어머니 밑에서 어린 시절부터 영화광으로 성장했으니까. 좀 건방진 얘기같지만 돈에 전전긍긍하지 않아서 오히려 성공한 게 아닌가 싶다. 영화에 재능있는 사람들이 편하게 영화에만 전념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데 내 돈이 씌어졌으면 좋겠다."

-투자할 영화를 어떻게 고르나.

"감(感)에 많이 의존한다. 첫 인상이 중요하다는 거다.'여고괴담'처럼 제목만 듣고 투자하겠다고 나선 영화도 있다. 상대에게 어떤 작품이냐고 물었을 때 1분 이상 이야기가 늘어지면 신뢰하지 않는다. 대신 줄거리를 서너줄만 읽어도 '이거다'싶은 작품이 있다. 그럴 땐 무조건 투자한다. 그건 본능이나 타고난 후각 같은 것으로 논리적으로는 나도 잘 설명하지 못하겠다."

-요즘 한국영화에 대해.

"한국영화들 좀 더 수준을 높여야 한다.관객은 크게 늘었지만 과연 작품적으로 뛰어난 게 얼마나 되는지 반성해야 한다. 특히 코미디는 상황을 통해 자연스럽게 웃음을 끌어내야 하는데 억지로 웃음을 구걸하는 영화들이 눈에 많이 띈다. 한국영화계가 궁핍한 시절에 만들어진 작품들, 예컨대 이명세 감독의 '개그맨', 박광수 감독의 '그들도 우리처럼', 장선우 감독의 '성공시대', 그리고 '깊고 푸른 밤'같은 배창호 감독의 일련의 영화들과 비교해 지금 영화들이 더 나아졌다고 자신할 수 있을까? 최근 영화 시장의 호황이 거품이라는 주장에 동의하진 않지만 지금보다 나은 영화들이 나오지 않으면 위기가 올 수 있다고 본다. 그래서 올해가 아주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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