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ek& TV가이드] 무분별한 개발, 무자비한 재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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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세기 남미 최악의 참사로 기록된 1999년 베네수엘라 산사태 현장을 찾아갔다.

베네수엘라 북부 바가스주에 위치한 해발 2000m의 시에라산은 지반이 약해 토양이 젖는 즉시 단단함을 잃고 흩어지는 특성을 갖고 있다. 하지만 시에라산 옆 로스 코랄레스 마을 사람들은 대부분 시에라산 기슭에 지어진 건물에 살고 있어 강도 높은 폭풍우가 몰아칠 경우 엄청난 재앙이 불가피하다는 우려가 제기돼 왔다.

결국 우려는 현실이 돼 1999년 12월 베네수엘라 바가스주에 연강수량의 두배에 달하는 폭우가 내리기 시작했다. 비가 내린 지 사흘째 되던 날 시속 50㎞의 대규모 산사태가 일어나 순식간에 로스 코랄레스 마을 전체를 할퀴고 지나가고 말았다.

산더미 같은 흙들이 시내 중심가를 순식간에 덮쳤고, 엄청난 크기의 바위가 산에서 날아와 건물을 부수었다. 결국 강력한 산사태의 급습으로 3만여명의 사람들이 흙속에 파묻혀 흔적도 없이 사라지게 됐다.

환경단체들과 일부 과학자들은 베네수엘라 산사태 피해는 무분별한 개발과 환경파괴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신자유주의 경제 정책 실패가 빈부 격차와 인구의 도시 집중을 낳고, 무계획한 도시 개발이 대도시 일원 고지대에 빈민가와 슬럼가를 양산, 홍수와 산사태에 속수무책일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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