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현진 ‘꿈의 기록’ 향해 성큼성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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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야구 한화의 에이스 류현진(23·사진)의 기세가 무섭다.

지난 11일 청주구장에서 열린 LG전에서 역대 9이닝 최다 탈삼진 신기록(17개)을 세우더니 25일 대전 넥센전에서는 시즌 첫 완봉승을 거뒀다. 26일 현재 평균자책점(1.85)과 탈삼진(73개)은 1위, 다승(7승)은 SK 카도쿠라(8승)에게 단 1승 뒤진 공동 2위다.

이제 정규시즌의 3분의 1 정도가 지났을 뿐이지만 지금의 페이스를 유지한다면 1점대 평균자책점과 좌완투수 20승의 대기록도 꿈만은 아니다.

◆선발 7이닝은 기본=류현진은 2006년 프로에 입문하자마자 투수 트리플 크라운(다승·평균자책점·탈삼진)을 거머쥐며 신인왕과 정규시즌 최우수선수(MVP)를 독식했다. 올해 페이스는 데뷔 첫해를 능가한다. 10번의 선발 등판에서 모두 7이닝 이상을 던지며 평균 7.8이닝을 기록 중이다. 7이닝과 8이닝 투구가 각각 네 번, 완투와 완봉이 한 번씩이다. 10경기 모두 3자책점 이내로 막아 선발투수의 덕목인 ‘퀄리티 스타트(6이닝 이상 3자책점 이하)’ 비율이 100%다. 시즌 초반 스트라이크존 적응에 다소 어려움도 있었지만 쉽게 극복해내며 무결점에 가까운 투구를 하고 있다.

◆파워에 노련미까지=지난해 류현진은 13승12패, 평균자책점 3.57을 기록하며 데뷔 후 가장 저조한 성적을 냈다. 주변에서는 ‘혹사 후유증’을 걱정하기도 했으나 올 시즌 다시 최고 투수의 위력을 뽐내고 있다.

매년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과 올림픽 예선 등 국제대회에 출전했던 것과 달리 지난 겨울에는 충분한 휴식을 취한 덕분이다. 스프링캠프에서 철저하게 몸 관리를 한 류현진은 올 시즌 평균 직구 구속이 시속 147㎞에 이를 정도로 공의 힘이 한결 좋아졌다. 주무기인 체인지업 외에 슬라이더도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프로 5년째를 맞아 노련미까지 더해져 선동열 삼성 감독으로부터 “스물세 살이지만 마운드 위에서는 애늙은이 같다”는 칭찬을 들었다.

◆두 마리 토끼 잡는다=류현진은 올 시즌 1점대 평균자책점과 좌완투수 20승이라는 대기록에 도전한다. 1점대 평균자책점은 1998년 정명원(당시 현대·1.86)과 임창용(해태·1.89) 이후 12년 만이고, 왼손투수 20승은 95년 이상훈(LG·20승) 이후 15년 만이다. 좌·우완을 통틀어서도 국내 투수 중 한 시즌 20승은 99년 정민태(현대·20승)가 마지막이었다.

프로야구 초기에는 선동열(해태)이 세 차례나 0점대 평균자책점을 기록하고, 83년에는 장명부(삼미)가 한 시즌 30승을 따내기도 했다.

그러나 2000년대 들어 타자들의 파워와 기술이 향상되면서 ‘타고투저’가 두드러진 탓에 1점대 평균자책점과 20승은 투수들에게 ‘꿈의 기록’이 됐다. 류현진은 “다승보다는 평균자책점이 중요하다. 2점대 초반의 평균자책점이 목표”라고 말했다.

김효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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