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피드로 측면 뚫어라=북한은 빨랐다. 단단하기로 유명한 그리스 수비라인도 북한의 스피드에 무너졌다. 그리스는 예상대로 ‘트윈 타워’ 반겔리스 모라스(1m96㎝)와 소리티스 키르기아코스(1m93㎝)를 중앙 수비로 내세웠다. 북한의 공중 공격에는 단 한 번도 위기를 허용하지 않았지만 지상전에서 스피드가 떨어졌다. 측면 수비도 북한의 빠른 돌파에 번번이 뚫렸다.
북한 첫 골의 시작이었던 홍영조의 프리킥은 측면에서 정대세의 돌파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 탓이었다. 정대세의 두 번째 동점골 역시 북한의 역습 템포를 그리스가 따라잡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북한의 안영학(22번)과 박철진(13번)이 그리스의 사마라스를 찰거머리 수비로 막아내고 있다. 북한은 남아공 월드컵 본선에서 한국과 만나는 그리스를 상대로 2-2 무승부를 거뒀다. 안영학은 “그리스전에서 한국에 승산이 있다”고 말했다. [알타흐=연합뉴스]
◆포백 수비 허점 찾아라=허 감독은 스리백 수비를 기본으로 하는 그리스가 “북한전에는 포백으로 나올 것”이라고 내다봤다. 예상은 적중했다. 그는 “그리스가 반드시 이겨야 하는 경기나 상대가 약할 경우 좀 더 공격적인 포백을 썼다”고 덧붙였다.
오토 레하겔 그리스 감독의 의중을 파악한 것도 큰 소득이었다. 한국전에서도 그리스는 포백으로 나설 공산이 커졌다. 허 감독은 “우리가 그리스를 반드시 잡아야 하듯이 그리스도 마찬가지다. 수비만 하고 있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수비에 치중하면 어느 팀도 쉽사리 뚫을 수 없는 그리스지만 공세로 나선다면 약점은 더 크게 드러날 수 있다. 북한전에서도 수비라인이 평소보다 공격적으로 나가는 바람에 뒷공간이 크게 비었다.
오토 레하겔 감독은 경기 후 “어느 팀도 무시할 수 없다. 6월에 만날 한국도 그럴 것”이라고 경계했다. 기성용(셀틱)과 한 팀에서 뛰는 공격수 기오르고스 사마라스는 “한국이 북한보다 훨씬 조직적이고 수준 높은 팀인 줄 잘 안다”고 말했다. 북한전을 통해 그리스도 ‘코리아 예방주사’를 맞은 셈이다.
알타흐(오스트리아)=장치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