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쟁의 결과가 순위다. 운동경기든 입시든 경쟁이 끝나면 1등부터 꼴등까지 등수가 나온다. 등수가 떨어진 사람에겐 미안한 일이지만 그걸 외면할 순 있어도 없앨 수는 없다. 순위 매김이 싫으면 처음부터 경쟁을 말아야 한다. 순위 매김이 꼭 나쁜 것도 아니다. 어떤 분야에서 순위가 낮다면, 더 노력해보겠다는 자극으로 삼을 수도 있을 것이고, 더 잘할 수 있는 다른 분야로 눈길을 돌리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 경쟁을 피할 순 없겠지만 그 결과로 나타난 순위가 인생을 결정 짓는 최종 낙인은 아니며, 그래서도 안 된다. 경쟁은 매 순간 도처에서 벌어진다. 그러니 한 번의 결과로 낙심하거나 우쭐댈 게 아니라 다음 번 경쟁에 참고자료로 삼으면 그만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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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 간의 경쟁에도 순위가 있듯이 나라 간의 경쟁에도 등수가 있다. 바로 국가경쟁력 지수다. 세계경제포럼(WEF)이나 국제경영개발원(IMD)이 내는 종합적인 국가경쟁력지수가 있는가 하면, 경제자유도나 부패, 세계화 등 특정한 분야에서의 경쟁력을 비교한 지수도 있다. 국제신용평가사에서 내놓는 국가신용등급도 크게 보면 국가경쟁력 지수로 볼 수 있을 것이다. 이런 지수들은 나름대로 각국의 경쟁력을 비교하거나, 투자 여부를 결정할 때 유용한 자료로 쓰일 수 있다. 국가신용등급 같은 지표는 국채의 발행금리를 결정하는 기준으로써 실제적인 쓰임새를 갖기도 한다.
지수 자체의 문제점보다 더 심각한 것은 국가경쟁력 순위에 너무 민감하게 반응한다는 점이다. 순위가 올라가면 흡사 정부가 잘해서 경쟁력이 올라간 것으로 치부하고, 순위가 떨어지면 곧바로 나라의 경쟁력이 떨어진 것처럼 호들갑을 떠는 것이다. 실제로 지난 정부에서는 경쟁력 순위가 올라간 것을 정부의 업적으로 대대적으로 공표했다가, 다음 해 순위가 떨어지자 평가에 문제가 있다고 해명하는 해프닝이 벌어지기도 했다. 여기에는 언론의 책임도 크다. 세계 어느 나라 언론도 국내 언론만큼 국가경쟁력지수를 유별나게 크게 보도하지 않는다.
국가경쟁력지수는 실제 경쟁력이 아니라 그저 참고자료일 뿐이다. 상대적으로 취약하다고 지적된 분야가 있으면 개선하면 그만이다. 외부 평가에 휘둘리는 것 자체가 약점을 스스로 드러내는 일이다. 정부가 이번 IMD 경쟁력 순위가 2년 연속 올랐는데도 무덤덤한 반응을 보이고 있는 것은 다행이다. 국제 금융시장을 좌지우지하는 국제신용평가사들의 국가신용평가에도 의연한 모습을 보일 필요가 있다. 이들의 평가에 문제 있다는 사실이 속속 드러나고 있기 때문이다. 차제에 G20 정상회의 의장국으로서 국제신용평가사의 개혁을 주도적으로 제기해 볼 만하다.
김종수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