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학사정관제 스펙 쌓기- 박지윤<서울 배화여고 1>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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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니세프나 인권보장위원회 같은 UN 인권관련 기구에서 여성과 아이들의 인권향상을 위해 일 할 겁니다.” 중학교 2학년 때 읽은 천 개의 찬란한 태양은 박지윤(서울 배화여고 1)양에게 여성인권 운동가의 꿈을 심어줬다. 자신의 꿈을 위한 계단을 한 단 한 단 쌓아가고 있는 박양을 만나 봤다.

막연하던 꿈, 멘토 만나 구체화
책을 통해 알게 된 여성·아동의 처참한 인권 상황을 직접 눈으로 확인하고 싶던 박양에게 지난해 8월 기회가 왔다. 서울시에서 실시한 글로벌리더 프로그램에 참가하게 된 것. 학교장의 추천을 받아 선발된 학생들이 원하는 국가에 가서 팀을 이뤄 프로젝트를 수행하는 프로그램이었다. 아쉽게도 치안이 불안한 아프가니스탄행은 좌절되고 대신 네팔의 수도 카트만두로 목적지가 정해졌다. 박양의 팀에겐 네팔의 인권상황 조사와 봉사활동이 프로젝트로 주어졌다.
 
박양은 “네팔도 아프가니스탄과 비슷한 상황이었다”며 “특히 여자아이들에 대한 인권 문제가 심각하다는 사실을 새롭게 알았다”고 말했다. 노예제도가 공공연하게 성행하는 네팔에서는 아직까지도 여성들을 사고 파는 행위가 이어진다. 심지어 인도 등지로 팔려나가 성매매에 동원된다는 사실을 알고 큰 충격을 받았다. 이후 한국에 돌아온 박양은 유네스코회관의 인권관련 강연이나 세미나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기 시작했다. 비슷한 주제로 각종 토론대회나 글짓기 대회에도 참가해 수상하기도 했다. 그러다 세미나에서 우연히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정혜선 연구원을 만났고, 이때부터 박양의 인권운동가에 대한 꿈이 구체화됐다.
 
“막연하게 인권 관련 일을 하고 싶다고만 생각했다가 정 연구원을 만난 후 꿈을 확정했어요. 연구원께서 UN엔 여성·아동인권만을 전담하는 기구는 없다고 하시더라고요. 유니세프나 인권보장위원회를 알게 됐고 거기서 활동하는 분들을 직접 만나 얘기를 들어봤어요. 꿈을 제대로 꾸게 된 거죠.”

“준비가 부족해 실패하는 일은 없을 겁니다”
박양은 중학교 졸업 당시 전교 2등의 내신성적을 보일 만큼 공부도 최상위권이었다. 이 성적은 자기주도학습으로 이룬 성과다. 박양은 중학교에 들어가면서 다니던 학원을 영어 한 과목만 남기고 모두 끊었다. 수학은 과외, 언어는 인터넷 강의를 활용했다. 다른 과목은 모두 학교 수업으로 해결했다. 과외를 받더라도 박양이 주도적으로 학습계획을 짜고 공부하는데 과외 강사가 보조해주는 정도다. 중3부터는 영어학원도 그만두고 대신 1주일에 한 번씩 과외를 받고 있다. 박양은 “과외 선생님이 나이 지긋하신 중년인데 경험이 많으셔서 고민 상담도 자주 해주신다”며 “토론하는 식으로 내 생각을 말이나 글로 표현할 기회를 자주 가질 수 있어 실력이 많이 늘었다”고 말했다.

서울대 정치외교학과로 진학하겠다는 목표를 정한 박양은 지난해 외고 입시를 치렀다. 그러나 탈락의 고배를 마셨다. 그는 “대원외고를 지망했는데 합격하기엔 준비기간이 너무 짧았고, 혼자 하다보니 뭘 준비할지도 잘 몰랐다”며 “내신 성적만 믿고 합격을 자신했는데 실망이 이루 말할 수 없었다”고 아픈 기억을 떠올렸다. 중3이 돼서야 외고 입시를 구체적으로 준비했으니 준비가 소홀했던 것이다. 하지만 실패를 스스로 전화 위복으로 삼았다. 최종 목표가 확고했기 때문이다. “꿈으로 가는 하나의 과정에서 작은 실패를 했다고 생각해요. 어차피 열심히 해서 꿈을 이루기만 하면 되는 것 아닌가요. 준비도 제대로 하지 않고 좋은 결과를 바란 제가 잘못됐다는 것을 깨달았어요. 이제부턴 그런 실수, 절대 하지 않을 겁니다.”

고교에 입학한 박양은 아직까지 조용히 지내는 편이다. 중학교 때 학생회장으로 학내·외 공식행사를 도맡다시피 해 바쁜 나날을 보낸 것과는 대조적인 생활이다. 그는 “스스로 도약하기 위한 숨고르기”라고 표현했다. 찬찬히 자신에게 도움 될 활동을 찾아 보고 철저히 준비하겠다는 것이다.

그는 첫 출발점을 여름방학 때 참가할 모의국제회의로 잡았다. 인권기구에서 활동 할 미래의 자신을 그려보며 모의국제회의에 참여할 생각을 하니 벌써부터 설렌단다. 박양은 “자신의 꿈을 막연하게 의사나 변호사라고 말하는 친구들에게 진정 그 직업에 대한 열정이 있는 지 묻고 싶다”며 “공부도 중요하지만, 꿈을 구체화 하고 그에 걸맞는 고민과 활동을 하는 과정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말했다.

[사진설명]서울대 정치외교학과를 목표로 비교과 스펙쌓기에 한창인 박지윤양.

김지혁 기자 mytfact@joongang.co.kr / 사진 최명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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