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위사실 폭로 1심 벌금 설훈씨 2심 집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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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서울고법 형사10부는 30일 2002년 대선을 앞두고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가 최규선씨에게서 20만달러를 받았다"는 허위사실을 주장해 명예훼손 및 선거법 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설훈(51.사진) 전 민주당 의원에게 징역 1년6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 설 전 의원은 1심에선 벌금 400만원을 선고받았었다.

설 전 의원은 대법원이 이 형을 최종 확정할 경우 '선거법 위반으로 집행유예형을 선고받으면 10년간 피선거권을 제한한다'는 선거법(제19조)에 따라 향후 10년간 각종 공직 선거에 출마할 수 없게 된다. 재판부는 "국회의원으로서 최소한의 확인 절차도 거치지 않고 사실상 야당의 대선 후보였던 이회창 전 총재를 겨냥한 기자회견을 열고 허위 사실을 무책임하게 폭로한 것에 비춰볼 때 벌금형을 선고한 원심의 형량은 가볍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또 "검찰 수사에서 폭로 내용이 모두 사실무근으로 밝혀진 점 등으로 볼 때 당시 주장이 상당한 진실이라고 믿을 만한 것으로도 보이지 않는다"며 "향후 정치 활동에 제약이 따르겠지만 다시는 이와 같은 일이 없도록 하기 위해서는 무거운 형을 택할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법조계는 이번 판결에 대해 법원이 정치권의 근거 없는 무차별 폭로나 흑색선전에 제동을 걸었다는 반응이다.

도두형 대한변협 공보이사는 "국회의원들이 공적인 사안과 관련해 문제제기를 할 수는 있지만 반드시 소명 자료를 내야 하고, 그렇지 못할 경우 허위사실 유포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한다는 점을 다시 한번 명확히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설 전 의원은 2002년 4월 기자회견을 열고 "이 전 총재가 미국 방문을 앞둔 2001년 12월 최규선씨에게서 여비조로 20만달러를 받았다"는 등의 허위사실을 유포해 지난해 2월 불구속 기소됐다. 최규선씨는 2002년 김대중 전 대통령의 셋째아들 홍걸씨 등과 함께 기업체 등에서 돈을 받은 혐의로 구속 기소됐었다.

김현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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