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 D-18] 양박쌍용 ‘오늘 밤 호흡 좀 맞춰보겠습니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29면

남아공 월드컵을 준비하기 위한 평가전일 뿐이다. 하지만 역시 한·일전은 한·일전인가 보다.

24일 오후 7시20분 일본 사이타마 스타디움에서 벌어지는 한·일전의 일본 내 열기가 기대 이상이다. 티켓 6만552장이 일찌감치 매진된 가운데 인터넷에서는 세 배 이상의 가격으로 암표가 거래되고 있다. 일본 언론은 22일 도착한 한국 대표팀을 향해 ‘역사상 최강’이라는 수식어를 동원하며 일본 대표팀을 자극하고 있다. 23일 사이타마 스타디움에서 진행된 허정무 감독의 공식 기자회견에는 100명이 넘는 일본 기자가 뜨거운 취재 경쟁을 했다.

◆‘역대 최강’을 넘으려는 일본=일본의 축구전문 신문 ‘엘고라소’는 22일 한·일전 특집기사에서 허정무팀의 전력을 분석하며 ‘사상 최강! 한국 대표팀 해부’라는 제목을 달았다. 한·일전을 예고하는 특집 방송에서도 한국팀을 향해 ‘아시아 최강’이라는 표현을 쓰고 있다. 오카다 다케시 일본 감독 역시 16일의 한국-에콰도르전을 본 뒤 “과연 허정무팀은 역대 최강이라 불릴 만했다”고 말했다.

‘타도 한국’을 외치던 일본 축구가 자존심을 버리고 라이벌을 치켜세우는 이유는 뭘까.

월드컵 개막이 코앞으로 다가왔지만 사무라이 블루(일본 대표팀 애칭)의 계속된 졸전 탓에 일본 국민의 기대감은 바닥을 치고 있다. 각종 설문조사에서는 예선 탈락을 넘어 3전 전패를 할 것이라는 충격적인 예상이 잇따라 나오고 있다. 여기에 한국을 한껏 띄워 놓은 일본의 숨은 의도가 있다. 6만 명이 넘는 대관중 앞에서 ‘역대 최강 한국’을 제압할 경우 ‘선수단 사기 상승’과 ‘국민적 관심 끌어올리기’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을 수 있다는 계산이다.

◆F4, 7개월 만의 재가동=허정무 감독은 일본의 분위기와 상관없이 ‘마이 웨이’를 외친다. 부상 선수가 발생하지 않도록 조심하면서 최선을 다한다는 각오다.

선봉에는 ‘판타스틱4’가 선다. 한국 축구의 ‘F4’ 또는 ‘양박쌍용’으로 불리는 박지성(29·맨유), 박주영(25·AS 모나코), 이청용(22·볼턴), 기성용(21·셀틱)이 지난해 10월 세네갈전 이후 7개월여 만에 동반 출전한다.

F4는 월드컵 첫 원정 16강을 노리는 허정무팀의 핵심 전력이다. 개인 능력과 시너지 효과로 볼 때 한국 축구 역대 최강의 공격라인으로 볼 수 있다.

F4의 활약상은 기록으로 알 수 있다. 허정무팀은 2008년 1월 칠레전을 시작으로 37경기에서 59골을 기록했는데 그중 19골(박주영 8골, 박지성 5골, 기성용 4골, 이청용 2골)을 F4가 넣었다.

또 이청용은 도움 7개로 허정무팀에서 최다 어시스트를 기록 중이며 박주영과 박지성도 2개씩의 도움을 올렸다. F4가 함께 나선 아홉 경기에서 허정무팀은 6승3무의 무패 행진 중이다. 함께한다면 두려울 것이 없는 F4다.  

사이타마(일본)=김종력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