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황때 돈 버는 법 장기 가치투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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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8면

"장기 가치 투자자라면 증시가 불황일 때도 꾸준히 수익을 낼 수 있습니다."

간접투자(펀드) 비중이 전체 금융자산의 2%에 불과한 일본에서 적립식펀드 성공 신화를 일군 사와카미 아쓰토(澤上篤人.58.사진) 사와카미투신 사장이 한국을 찾았다. 저서의 한국판 출간에 맞춰 30일 방한한 그는 "펀드투자는 평생하는 것"이라며 "자산운용사들은 장기투자 철학에 공감하는 자금만 받아들여 운용의 일관성을 유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1999년 8월에 만들어진 '사와카미펀드'는 지난달 말 현재 758억엔(약 7800억원)의 자산을 굴리고 있다. 2000년 3월 35억엔에 불과하던 운용자산이 20배로 불어난 것이다. 이 같은 인기는 5년 동안 도쿄 증시가 25% 급락한 가운데서도 30%(연평균 6%)의 수익을 거둔 덕분이다. 그는 장기적으로 성장이 예상되는 우량종목을 미리 발굴해뒀다가 시장 여건으로 가격이 급락할 때 사들이는 가치투자 기법으로 펀드를 운용한다. 증시 침체 때 매수 기회를 잡으려고 운용자산 중 15%가량은 항상 현금으로 유지한다. 또 단일 종목비중을 1% 이하로 하고, 300종목 가량을 펀드에 편입하는 등 철저한 분산투자로 안정성을 높이고 있다.

이 펀드의 가입자는 모두 4만4000여명으로 96.7%가 순수 개인투자자다. 대부분이 노후에 대비하려는 30~50대 샐러리맨들이다. 게다가 펀드자산의 60% 이상이 매월 1만엔(약 10만원)씩 은행예금에서 자동 송금되는 형태로 적립된다.

사와카미 펀드가 대규모 법인자금을 받지 않는 것은 샐러리맨의 재산형성을 돕고, 장기투자에 공감하는 자금만 받는다는 운용철학에 따른 것이다.

사와카미 사장은 "펀드가 높은 수익을 올리자 한 연기금이 1000억엔(1조원)의 자금을 갖고 왔지만 거절했다"며 "대규모 자금을 받으면 당장 회사 경영에는 도움이 되겠지만 거액 고객들에 휘둘려 운용의 일관성을 잃기 쉽다"고 말했다.

사와카미 사장은 "스위스 등에서 34년간의 펀드매니저 생활을 마치고 귀국해 직접 펀드를 만든 5년 전 일본인들은 마이너스 금리로 자산을 까먹고만 있었다"고 회고하면서 "그러나 앞으로 5년 뒤에는 간접투자로 인해 일본의 금융시장 지도가 바뀔 것"이라고 내다봤다.

정효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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