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정무 “다치지 마” 오카다 “지지는 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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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허정무 감독과 오카다 다케시 일본 대표팀 감독이 24일 일본 사이타마에서 벌어지는 한·일전을 앞두고 다른 고민을 하고 있다. 비교적 순항하며 차근차근 남아공 월드컵을 준비하고 있는 허 감독은 ‘부상은 안 돼’를 외치고 있고, 남아공으로 출항도 하기 전 좌초 위기에 몰려 있는 오카다 감독은 ‘반드시 승리’를 되뇌고 있다.

허정무팀은 남아공 월드컵 16강이라는 최종 목표를 향해 한 발, 한 발 진군 중이다. 일본전은 물론 오스트리아에서 벌어지는 벨라루스·스페인과의 평가전도 역사상 첫 원정 월드컵 16강을 달성하기 위한 디딤돌일 뿐 승패는 큰 의미가 없다.

하지만 부상은 다르다. 그리스·아르헨티나·나이지리아와의 본경기를 앞두고 박지성·박주영·이청용·기성용 등 핵심 선수들이 다친다면 한국 축구가 두고두고 땅을 칠 큰 손실이다.

한국 축구는 월드컵 직전 벌어진 평가전에서 주축 선수를 잃어 본선에서 허무하게 패퇴한 아픈 기억이 있다. 1998년 프랑스 월드컵을 앞두고 벌어진 중국과의 평가전에서 황선홍이 왼쪽 무릎을 크게 다쳤고 주공격수를 잃은 한국은 조별 예선에서 1무2패로 탈락했다.

허정무팀에 부상 경고등은 이미 켜진 상태다. 이동국·김재성·이운재·구자철 등이 크고 작은 부상에 시달리고 있다. 허 감독은 접전이 불가피한 일본전에서 부상자가 더욱 늘어나지 않을까 노심초사하고 있다.

한편 오카다 감독은 “남아공에서 4강에 들겠다”는 거창한 목표를 밝혔지만 일본 국민의 반응은 냉랭하다. 아사히TV가 최근 실시한 설문조사에서는 무려 72%가 “일본은 조별 예선에서 탈락할 것”이라고 답했고, 산케이스포츠 설문조사에서는 50%의 응답자가 “3전 전패할 것”이라는 충격적인 대답을 했다.

월드컵 개막이 코앞으로 다가왔음에도 오카다 감독 해임을 원하는 여론이 여전하다. 이누카이 모토아키 일본축구협회장이 직접 오카다 감독에게 “한·일전에서 반드시 승리하라”고 요구할 정도로 일본 대표팀은 위기 상황이다.

벼랑 끝에 몰려 있는 오카다 감독은 이번 한·일전을 기사회생의 기회로 보고 있다. 운명의 라이벌 한국을 안방에서 통쾌하게 제압해 국내 여론을 호의적으로 돌리는 동시에 자신의 입지도 재구축하겠다는 심산이다. 이를 위해 오카다 감독은 21일 사이타마에서 대표팀을 소집하기 전 대표선수들에게 특별 개인훈련까지 주문했다.

김종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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