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에 태권도 알리기 35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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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35년 간 열성껏 태권도를 보급했습니다. 오늘 이런 행사를 열게 되니 참으로 보람을 느낍니다."

28일 오후(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샤를레티 실내체육관에서는 무술시범 행사가 열렸다. 프랑스 태권도계의 대부로 통하는 이관영(58) 사범이 현지에 태권도를 보급한 지 35년째를 맞아 그의 제자들이 마련한 자리였다. 프랑스 전역과 벨기에의 어린이.청년 무도인 1000여명과 관중 2000여명이 모였다. 파리 시장의 감사장이 전달됐고, 우리말 구령을 붙인 시범도 있었다.

이 사범은 "앞으로 5년은 더해야 하지 않겠느냐"며 아직 자신의'사명'이 끝나지 않았다고 했다. 태권도 9단에 합기도 9단인 그는 지금도 파리 근교에서'이관영 한국무술 아카데미'를 운영하고 있다.

1969년 스물세살의 나이에 프랑스로 건너간 이 사범은 갖은 어려움을 극복하며 프랑스에서 제자 2만5000여명을 양성했다. 프랑스 전체 태권도 인구(5만여명)의 절반이 그의 제자인 셈이다. 올해 아테네 올림픽에서 메달을 딴 프랑스 선수 2명도 제자 항렬로 치면 증손자뻘쯤 된다.

한국인으론 유일하게 프랑스 경찰청 특수범죄수사대에서 경호 교관으로 근무한 이 사범은 다른 유럽 국가와 아프리카도 찾아다니며 태권도 혼을 심었다. 75년엔 홍콩에서 네 편의 영화에 출연했고, 영화배우 왕위(王羽)와 청룽(成龍)을 지도했다.

99~2002년 재불한인회장을 역임한 그는 무술을 통해 프랑스 정계 및 연예계 인사들과도 친분이 두텁다. 부인 윤기선씨와의 사이에 2남1녀를 뒀다.

파리=박경덕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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