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 대구국제육상대회] 9초86 볼트 예상대로 우승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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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번개’였다.

‘지구상에서 가장 빠른 사나이’ 우사인 볼트(24·자메이카)가 한국 팬들에게 ‘광속 질주’를 선물했다. 볼트는 19일 대구스타디움에서 열린 2010 대구국제육상경기대회 남자 100m에서 9초86의 기록으로 여유 있게 우승했다. 자신이 보유한 세계기록(9초58)과는 격차가 있었지만 올해 처음 출전한 100m 기록치고는 나쁘지 않았다.

지난해 타이슨 게이(28·미국)가 작성한 대회기록(9초94)을 가볍게 경신했다. 2위는 마이클 프레이터(자메이카·10초15)가 차지했다. 한국 선수 중에서는 여호수아(23)가 10초48로 7위에 올랐다.

우사인 볼트(왼쪽)가 대구국제육상대회 100m에서 9초86의 기록으로 결승선을 여유 있게 통과하고 있다. 이 종목에서는 한국 선수들이 국제대회 경험을 쌓을 수 있도록 배려해 총 9명이 결선에 출전했다. 맨 오른쪽은 10초59로 골인한 한국의 임희남. [대구=연합뉴스]

◆느린 스타트

볼트의 유일한 단점은 느린 스타트다. 이날 볼트는 전체 8명 중 두 번째로 늦은 0.179초의 스타트 반응 속도를 보였다. 2008년 베이징 올림픽 결승전(0.165초)과 2009년 베를린 세계선수권(0.146초)보다 많이 늦었다. 부담 없이 여유 있게 레이스에 나섰기 때문이다. 하지만 채 10m도 가지 않아 다른 선수들을 따라잡았다. 볼트는 50m 이후 홀로 치고 나갔고 어렵지 않게 1위로 결승선을 통과했다.

◆42걸음

볼트의 가장 큰 장점은 큰 보폭과 빠른 피치(발을 내딛는 속도)다. 볼트는 단거리 육상선수로는 드물게 1m95㎝의 장신이다. 긴 다리를 활용한 큰 보폭으로 성큼성큼 결승선으로 질주한다. 다른 선수들이 100m를 44~45걸음에 뛸 때 볼트는 41~42걸음으로 해결한다. 2009년 베를린 세계선수권에서 볼트는 41걸음째에 100m 결승선을 통과했다. 걸음당 평균 2.43m씩 뛰는 셈이다. 폭발적인 후반 스퍼트를 할 때는 최대 보폭(스트라이드)이 3m에 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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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봉주 한국체육과학연구원 박사는 “과거에는 보폭보다는 피치가 중요시됐다. 단거리 선수들의 키가 대부분 1m80㎝ 내외였기 때문”이라며 “그러나 볼트의 등장으로 보폭의 중요도가 높아지는 추세다. 볼트는 단거리에서1m90㎝대의 장신화 트렌드를 만들고 있다”고 설명했다.

더구나 볼트는 보폭이 크면서도 피치가 빨라 웬만해선 따라잡기 힘들다. 볼트의 최고 순간속도는 초속 12.27m로 알려져 있다. 성봉주 박사는 “과거 긴 다리 선수들은 보폭만 컸지 피치는 느렸다. 그러나 볼트는 피치도 상당히 빨라 독주체제에 들어섰다”고 평가했다. 이날 볼트는 42걸음째 결승선을 통과, 최고조 컨디션 때와 큰 차이가 없었다.

◆균형성&지구력

큰 스트라이드와 폭발적인 스피드를 이끄는 것은 볼트의 또 다른 장점인 균형이 잘 잡힌 근파워다. 1m95㎝의 큰 키에도 불구하고 뛰는 자세에서 흔들림이 거의 없다. 무게중심이 높지만 신체 전체적으로 근력이 균형을 잘 이루고 있기 때문이다. 성봉주 박사는 “볼트는 균형을 잘 이룬 근파워가 뛰어나다. 장신이지만 균형된 신체 구조를 갖고 있다”고 말했다.

또 200m 출신 선수답게 100m에서 스피드 지속 능력이 뛰어나다. 한국 100m 선수들이 올해 겨울훈련에서 200~300m를 반복적으로 뛴 것도 볼트를 벤치마킹한 것이다. 성 박사는 “볼트는 200m 선수로 훈련해 왔기에 100m에서 피로를 견디는 능력이 다른 선수들에 비해 뛰어나다. 가속 능력에 이은 스피드 지속 능력이 뛰어날 수밖에 없다”고 분석했다.

◆또 무산된 한국신기록

이번 대회에서 볼트 효과에 힘입어 한국신기록을 기대했지만 또 무산됐다. 여호수아는 10초48, 임희남은 10초59, 김국영은 10초74로 7~9위에 그쳤다. 기대를 모은 김국영은 스타트가 0.212초로 볼트보다 늦었고 자신의 최고 기록(10초47)에도 한참 못 미쳤다. 이날 풍속 0.1m로 바람의 영향은 별로 없었다.

대구=한용섭·김우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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