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된 일자리'퇴직하는 나이 54.1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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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근로자들은 '오륙도'(56세까지 일하면 도둑)와 '육이오'(62세까지 일하면 오적)를 지나 국민연금 수급 자격(65세 이상)을 얻은 뒤인 평균 68세가 돼야 비로소 노동시장을 완전히 떠난다는 분석이 나왔다.

한국노동연구원 신현구 연구원 등은 한국 근로자들이 주된 일자리에서 기업 평균 정년(56세)보다 낮은 평균 54.1세에 1차 퇴직하고 그로부터 14년 후인 68.1세에 노동시장에서 완전 퇴장하는 2차 퇴직을 한다고 밝혔다.

최근 열린 한국개발연구원(KDI)의 '인구구조 고령화의 경제.사회적 파급 효과와 대응 과제' 심포지엄에서다. 노동시장을 떠나는 시기가 국내에서 구체적으로 분석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한국노동연구원은 ▶한국노동패널(KLIPS)의 50세 이상 고령자 3530명 대상 조사▶노동부 조사 자료▶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보고서 등을 바탕으로 이같이 분석했다. 조사 대상 3530명 중에는 자영업자, 사무직.생산직 근로자, 실직자 등이 두루 포함됐다.

성별로는 남성이 평균 54.4세에 주된 일자리에서 퇴직한 후 평균 12.9년간 다른 곳에서 일하다 평균 67.3세에 노동활동을 그만두었다. 여성은 주된 일자리에서 퇴직하는 시기가 평균 53.8세로 남성보다 이르지만 제2의 근로 기간이 평균 14.5년에 달해 노동시장 은퇴 시기는 남성보다 늦은 평균 68.3세였다. 주된 일자리(major job)란 생계를 위해 오랜 기간 고용돼 몸담고 있는 직장이나 스스로 꾸리고 있는 사업체를 말한다.

기업에 고용된 임금 근로자는 평균 퇴직연령이 52.3세로 자영업자 등의 56.5세보다 4.2세 적었다. 1차 퇴직자들은 14년 동안 무슨 일을 할까.

KLIPS 조사에 따르면 1차 퇴직 후 재취업자는 주로 임시.일용직에서 일하고, 상용직이라 하더라도 대기업보다 중소기업에 종사하고 있다. 재취업 후 월평균 근로소득은 105만원으로 은퇴하지 않은 사람의 75% 수준이다.

신 연구원은 "정년을 못 채우고 퇴직하는 것은 나이가 들수록 임금은 높아지지만 생산성은 떨어지기 때문"이라며 "생산성이 가장 높은 40대 이후 임금을 낮추고 퇴직 연령을 높이는 등 임금체계를 개편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허귀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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