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이 본 서울… 경찰 있을 때만 법 지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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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서울에서 운전하다 교차로에 빨간불이 들어오면 전 항상 멈춰요. 그러면 뒤따라오던 차량들이 경적을 울려대곤 하죠. 이런 일을 자주 겪다보니 교차로만 만나면 걱정이 앞섭니다."

서울에 사는 외국인들이 느끼는 삶의 질은 어떤 수준이고, 그들은 무엇을 가장 불편해 할까.

서울시가 국제수준의 도시로 거듭나기 위해 외국인들에게 개선 방향을 듣는 '제2회 서울타운미팅' 행사가 28일 조선호텔에서 열렸다.

서울시와 시 외국인투자자문회의 등의 주최로 지난해에 이어 두번째 열린 이날 행사에는 외국인 80여명과 시 관계자 등 1백50여명이 참석,열띤 토론을 벌였다. 교육.교통.환경.문화 생활과 주거 등 네부분으로 나눠 진행된 개별 회의에서 외국인들은 실생활에서 느낀 문제점을 조목조목 지적했다.

교통 분야에서는 위험한 보행 환경과 안내 시스템 미비가 도마에 올랐다.

피터 지글러 EU상공회의소 물류위원장은 "인도를 질주하는 오토바이 때문에 위험하기 짝이 없다"며 "경찰이 번호판을 확인해 벌과금을 물리는 등 특단의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른 외국인은 "한국인들은 경찰이 있을 때만 법규를 지키므로 출퇴근 시간에 꼭 단속원을 배치해 달라"고 주문했다.

서울에서 용인 민속촌을 가는 버스를 찾다 결국 실패해 다른 교통수단을 이용했다는 한 참석자는 "배차 시간을 대강이라도 알려주는 장치를 마련하고 버스 연계 노선을 안내하는 책자를 만들면 유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외국인들은 또 서울의 교통카드 시스템은 세계 어느 곳보다도 편리한 데도 어디에서 구입하고 충전할 수 있는지에 대한 안내가 부족해 잘 이용하지 못한다며 시정을 촉구했다.

교육 분야 회의에서 영국인 목사 홀즈워스는 "외국인 학교와 유아교육시설이 부족하다"며 "지방에서 세금 감면이나 부지 제공 등 다양한 혜택을 주지만 외국인들이 투자를 꺼리는 것은 자녀 교육이 걱정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존 배런 서울시 외국인투자자문회의 의장은 "분리수거와 재활용 방법을 시나 구청이 적극적으로 안내해 달라"며 "분리수거함 품목 표기도 한글 대신 그림을 사용하면 알아보기 쉬울 것"이라고 권고했다.

반면 서울의 인프라와 시민들에 대한 칭찬도 나왔다.3년째 서울에 살고 있는 캐나다계 회사 임원 존 초(53)는 "싼 값에 풍부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서울의 대중교통망은 세계적 수준"이라며 "치안이 잘 유지돼 매우 안전한 데다 시민들이 친절하기도 하다"고 말했다.

김성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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