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영화] 아메리칸 파이2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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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7면

2년의 시간이 흘렀지만 달라진 게 거의 없다. 다만 등장인물들이 고등학생에서 대학생으로 성장했다.

'아메리칸 파이'(1999년)의 흥행에 힘을 얻어 만들어진 '아메리칸 파이2'는 전편의 자기복제일 뿐이다. 배우들이 동일하고, 각본가(애덤 허츠)도 똑같다. 다만 감독(제임스 로저스)만 교체됐다. 하지만 전편의 감독(폴 웨이츠와 크리스 웨이츠)이 제작 지휘를 맡아 '끈끈한' 유대를 강조했다.

가장 아쉬운 건 등장인물들이 나이만 더 먹었을 뿐 정신.육체적으로 전혀 성숙하지 못했다는 점.전편의 흥행 코드인 너저분한 음담패설과 좌충우돌 섹스 행각에서 한걸음도 나아가지 않는다.

아마도 의도적인 선택인 것 같다. 말도 안되는 얘기지만, 그래도 볼 때는 폭소를 터뜨리게 하는 코미디 요소 하나로 객석을 사로잡겠다는 계산 이외에는 별로 주목할 게 없다.

영화는 청춘의 가장 큰 걱정거리의 하나인 섹스 문제를 파고든다. 몸은 어른으로 컸지만 자신의 '능력'에 자신이 없는 학생들. 그에 대한 반작용으로 자신을 쓸 데 없이 과장하거나, 혹은 지나치게 소심해진다. 여름방학을 맞아 바닷가에 놀러간 남학생 다섯명의 얘기를 다루고 있으나 진지한 구석이란 찾을 수 없다.

여자를 유혹하려다 오줌세례를 받고, 순간접착제를 러브젤로 오용하고, 폰섹스를 즐기려다 방해를 받고, 레스비언 여성들로부터 봉변을 당하는 등등. 참을 수 없는 섹스의 가벼움이다. 18세 관람가. 30일 개봉.

박정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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